김학철전집4-태항산록-네번째 총각

더좋은래일 | 2024.04.25 15:54:10 댓글: 3 조회: 133 추천: 3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3950


소설


네번째 총각


천번째


그 총각의 이름은 밝힐게 없어, 근무하는 직장도 밝힐게 없고, 나이만은 밝혀도 무방하겠지... 스물여섯살이였어, 그 당시. 생김생김? 응 생김생김은 그럴듯해. 안 그러면 내 눈에 들었을리 있니 애두 참. 우리 집에도 몇번 놀러 오고 했었는데 엄마도 보고 여간 맘에 들어하지 않았어. 그러기에 대접을 성의껏 잘했지, 닭까진 잡아 대접하지 않았지만서도. 그 총각이 체격이 특히 좋아. 권투를 한다나봐. 내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아마 상당한 수준인 모양이야. 우리 아버지도 젊어서는 상씨름군으로 가근방에 소문을 놓았었대. 그래서 더구나 그 총각에게 호감을 가졌었나봐, 물론 권투를 씨름만은 못하게 여겼지만서도. 아버지가 저녁에 반주 서너잔 하시고 거나해서 나를 바라보시면서 <<씨름군사위가 아니라서 좀 섭섭은 하다마는 권투선수사위도 해롭잖지. 권투도 잘하면 외국에까지 간다더라, 상도 타고 돈도 벌고. 해롭잖아 해롭잖아.>> 하고 너털웃음을 웃으시는걸 여러번 보았다. 내가 외동딸이라서 아버지 엄마는 어려서부터 무어나 내가 하겠다는건 말려본적이 거의 없어. 자식이라고는 세상에 나 하나뿐인데 왜들 안 그러시겠니. 이들을 두어보지 못한 까닭에 그 총각이 와서 같이 식사를 하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 때는 두분이 다 눈들이 가늘어져서 듣군 하셨지 뭐야.

<<우리 거기도 어뜩비뜩한 작자들이 몇이 있습니다. 술이나 마시고 담배들이나 꼬나물고 녀자들을 보면 히룽히룽하면서 잡소리나 줴치구 그러고 공연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서는 치고 달코 하는 그런 너절한것들이 있습니다. 그래 제가 좋은 말로 몇번 타일렀습지요 그러지들 말라구. 했더니 이것들이 도리여 제말을 고깝게 듣고 앙심들을 품었지 뭡니까. 제야 그런 속내를 알 까닭이 있습니까. 그런데 하루는 무슨 하찮은 일로 이것들이 제게 시비를 걸어온단 말입니다. 저는 하도 같잖아서 상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거지요. 그것들이 시비조로 따지는 말을 저는 대꾸도 안하고 그냥 돌아섰습니다. 했더니 그중의 한 녀석이 대뜸 제게다 발길질을 하잖겠습니까. 그리고 한녀석은

<비겁쟁이가 사타구니에다 꼬리를 낀다.>

하고 비웃고 또 다른 한 녀석은 제게다 침을 탁 뱉지 않겠습니까. 이거야 어떻게 참습니까. 아무리 참을래야 참을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홱 돌아서는결로 세 녀석을 해제끼는데 개개 다 어퍼커트로 해제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지요. 어퍼커트란 권투에서 쓰는 말인데 주먹으로 상대방의 턱을 올려치는걸 말하는겁니다. 삽시간에 세 녀섟이 늘비하게 뻐드러졌지 뭡니까. 그후부터는 그 자식들 저만 보면 쩔쩔맵니다, 버릇을 톡톡히들 배웠지요.>>

그 총각의 이와 같은 무용담을 듣고 나는 가슴이 뛰였지 뭐냐, 이런 호걸남자를 남편으로 삼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이야. 엄마 아버지도 싱글벙글하시면서 서로 돌아보고 고개들을 끄덕거리시더라. 사위감이 맘에들 드신다는 뜻이겠지. 이렇게 해서 량쪽집에서 다 약혼을 할데 대해서 초벌의논들을 하는중에 행인지 불행인지 의외의 일이 한가지 생겼지 뭐냐.

이야기가 재미있니? 재미있으면 마저 하고 재미없으면 고만두고. 재미가 있다구? 오냐 그럼 마저 하마.

어느 노는 날 그 총각이 공원에 놀러 가지고 끌어서 나도 싫단말 않고 따라섰는데 넓은 공원안을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사자우리에를 와보니 사자 한쌍이 잔디밭에 다리들을 뻗고 한가하게 누워서 볕을 쬐고들 있더라. 우리는 두어길 좋이 되는 관람대우에서 사자들을 굽어보고 사자들은 저밑에서 우리를 쳐다보는데 그중 한놈은 춘곤을 못이겨서 졸리는 모양으로 두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라. 그런데 이 총각이 사자들을 보더니만 갑자기 기운이 솟아나는지 부리나케 층대밑으로 뛰여내려가서는 주먹덩이 같은 돌을 대여섯개 주어들고 겅정겅정 뛰여올라 오잖겠니. 올라와서는 어떡하는가 보니까 글쎄 가만히 누워있는 수사자의 눈통을 겨냥하고 돌 한개를 힘껏 내려치는구나. 돌이 빗나가서 눈통을 못 맞히고 목덜미를 맞혔다. 총각이 신바람이나서 련주팔매라도 치듯이 가진 돌을 련달아 내려치는데 옆구리와 엉뎅이에 뜨끔뜨끔 돌들이 와 맞는데 사자가 왜 골이 안 나겠니. 수중왕의 존엄을 모독당하고 왜 분이 안 나겠니. 사자가 몸을 뒤치면서 후다닥 뛰여일어나더니 돌 던진 사람을 쳐다보며 으르렁 소리를 냅다 지르는데 공원안에 찌렁찌렁 울리더라. 그러나 어떡하니 올라올수가 있어야지. 사자가 분을 풀지 못해서 안절부절을 못하고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것을 보자 총각은 더욱 신이 나서 또다시 뛰여내려가서 돌을 주어다가 계속 내려치더라. 거기 분명히

<<동물을 사랑합시다.>>

<<돌을 던지지 맙시다.>>

이렇게 적힌 패찰이 걸려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그런짓을 하니 내가 그래 민망하겠니 안하겠니. 다른 사람들이 비록 나서서 말은 안해도 모두들 못마당하게 눈살들을 찌프리는게 환히 알리잖고 뭐냐. 그러지만 나는 시집 안 간 처녀의 몸으로 아직도 서먹한 남의 남자를 그러지 말라고 나서서 제지할 용기가 없더구나. 내가 못났지. <<문화혁명>>때 너도봤지, 그전에는 그앞에서 썰썰 기다싶이 하던것들이 일단 로간부들이 공격의 대상이 돼서 저항을 못하고 끌려다니게 되자 앞을 다투어가며 갖은 릉욕을 다하던걸. 얻어맞아서 축 늘어진 사람을 치고 차고 하는것은 가장 비렬한 행위야. 송장을 치고서도 영웅인체 뿜내는 그런 인간을 나는 제일 경멸해. 근본 사람으로 보지 않아. 구리안에 갇혀있는 사자에게 돌질을 하는게 그래 무슨 용사며 무슨 영웅이란 말이냐. 그 총각을 좋게 보아오던 내 마음에 그늘이 지는것은 나로서도 어쩔수가 없더라. 안타깝지.

우리에 갇힌 사자들을 타승하고 승리의 쾌감을 만긱한 총각이 상투가 국수버섯 솟둣해가지고 개선장군처럼 나를 끌고 안침진 솔밭속으로 들어가는데 어떻거니 끄느대로 끌려들어갈밖에. 싫다고는 할수가 없거든. 그런데 일이 안될 때라선지 될 때라선지 솔밭모퉁이에서 모자들을 삐딱하게 쓰고 검은 색안경들을 잡순 애송이녀석 셋이 쑥 나서잖겠니. 이 자식들이 우리를 보더니 대뜸 앞을 턱 가로막아서면서

<<잘들 한다, 으슥한 구석장이만 찾아다니구.>>

<<야야 이 새끼, 넌 뭐 해처먹고 사는 아야, 같잖게.>>

<<이봐 아가씨, 우리도 추렴을 좀 들어보자구. 아주 깔끔하게 생겼군그래.>>

하고 생판으로 시비를 붙는구나 글쎄. 아주 망나니들이야. 그렇지만 나는 은근히 믿는 구석이 있어서 태연했다. 조금도 겁을 안 냈다.

(이놈들 자는 호랑이의 코를 쑤시니? 거센체하다가 눈 깜짝할사이에 늘비하게들 뻐드러지잖나 봐라.)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 뭐냐. 권투선수 호걸남자하고 같이 온것을 나는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냐. 믿는 나무에 곰이 피여도 유분수지! 글쎄 내가 그처럼 믿어온 이 총각이 꿀꺽 소리도 못하고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날 잡아잡수하고 서있잖겠니. 서있기만 하면 또 괜찮게, 숫제 나는 놓아두고 저 혼자서 가재걸음을 친단 말이다. 하느님 맙소서! 그 망나니들이 만약 우리안에 갇혀있었더라면 의심할바 없이 사태는 전연 달랐을거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망나니들은 우리밖에 있었거든.

너도 좀 생각해봐라, 내가 그래 아무리 쓸개가 빠졌다 한들 이런 권투선수영웅하고 일생을 같이 지낼수 있겠는가. 첫번째 총각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네가 재미가 있어서 더 듣겠다면 내 두번째 총각의 이야기를 하마. 듣겠니? 좋다 그럼, 나 물 한모금 마시고 숨 좀 돌려가지고 또 다음 이야기를 계속 하마.

두번째


이 총각은 말쑥한 총각이야. 얼굴 생김생김만 말쑥한게 아니라 몸 전체가 다 말쑥해. 머리에다 쓴거고 몸에다 입은거고 발에다 신은거고 지어는 타고 다니는 자전거암질러 다 조페국에서 금시 찍어낸 새 은전처럼 반짝반짝해. 몸단장을 웬만큼 해가지고는 그곁에 가 서기도 죄만스러울 지경이야. 그러기에 우리 엄마도 처음 만나보고나서

<<껍질 벗겨낸 파같이 해말쑥하더구나.>>

하고 웃었지. 아버지도 맘에 드시기에

<<어찌나 말쑥한지 수정으로 깎아만든 사람 같더구나. 웬만큼 게으른 녀편네는 들어가서 사흘도 못살고 쫓겨나겠다.>>

하고 눈이 가늘어지셨지. 내가 같이 다녀보니까 그 성질이 더 잘 알려. 면도질은 날마다하는지 얼굴에 솜털 하나가 안 보이고 손수건도 언제나 빨아서 다린것처럼 깨끗한게 구김살 하나가 없지 뭐냐. 그런데 한번은 내가 어떤 녀배우의 이야기를 하다가

<<"홍루몽"에 나오는 림대옥 같지요?>>

하니까 그 총각은 잠시 멍청하다가 얼른

<<아 정말 그렇군요. 하하하...>>

하고 얼러방을 치는데 내가 피뜩 느낀것은

(아하, 이 량반이 "홍루몽"을 못 읽어보셨군.)

하는거였지 뭐냐. 그래 내가 슬그머니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이야기로 유도를 해보았더니 그 총각이 아는체는 하는데 실상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동문서답이였어. 례를 들어서 내가

<<아Q나 공을기 같은 인물들은 다 당시 그 사회제도의 희생물이지요.>>

하니까 그 총각은 선뜻

<<물론이지요, 의당 렬사비를 세워줘야지요.>>

하고 대답을 하더란 말이다. 내가 다시

<<파금의 "집"이 나온지도 인제 반세기가 넘었어요.>>

하니까 그 총각은 서슴없이

<<그렇게 되지요. 그렇지만 몇해에 한번씩은 수리를 할테니까 아직은 사람이 살만할거요.>>

하잖겠니, 사람이 기구멍이 막혀서. 내가 넌지시 몇번 드레질을 해본 결과 얻어진 결론은 <<책하고는 담을 쌓고 사는 사나이>>였어. 어떤 책이든간에 책명색이 붙은것은 죽어도 안 읽는단 말이야. 자 그렇다면 술을 마시는가? 더더구나 천만에! 그런것들하고는 다 인연이 멀어. 내가 지내보니까 그 총각은 음악이나 미술 같은데 무슨 흥취를 가진 사람도 아니고 영화, 연극에 재미를 붙인 사람도 아니고 또 축구나 낚시질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였어. 그래서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취미로 이 세상을 살가 의심을 안할수 없게 됐지 뭐냐. 그전에 어느 대가집에서 사위감을 고르는데 장모될 마님이 외국류학을 한 사위감을 앞에다 불러 앉히고

<<자네 술을 조하하나?>> 하고 물으니까 그 사위감이

<<아니요, 술은 접구도 못합니다.>>

하고 대답하더래. 마님이 대단히 기특히 여겨서

<<그럼 담배는 피우겠지?>>

하고 물으니까 그 사위감은 고개를 외치면서

<<담배연기만 맡아도 골이 아픈걸요.>>

하더란다. 그래서 다시

<<그럼 외국에랑 가서 살았으니까 녀자친구는 더러 사귀여봤겠지?>>

하니까 사위감이 펄쩍 뛰다싶이 하면서

<<천만에요, 전 녀자라면 아주 질색입니다.>>

하더래. 마님이 괴이쩍게 여겨서

<<그럼 자네는 도대체 이 세상을 무슨 취미로 사나?>>

하고 물었더니 그 사위감이 히쭉 웃고 대답하는 말이

<<녜, 요렇게 가짓부리하는 취미로 삽지요.>>

하더란다. 물론 이건 누가 일부러 지어낸 우스운 이야기일거다. 그렇지만 우리 이 총각은 도대체 무슨 취미로 이 세상을 사는지 알수가 있어야지. 그런데 어느날 우리 이모가 오래간만에 놀러오잖았겠니. 식구들이 둘러앉아서 한담들 하다가 이야기가 자연히 그 총각에게로 번져나갔을 때 이모가

<<오, 바로 그 총각이냐.>>

하고 무릎을 탁 치며 내 얼굴과 엄마의 얼굴을 반반씩 갈라보지 않겠니.

<<네 그 총각을 아니?>>

엄마가 묻는 말을 이모는

<<그 총각은 몰라도 그 큰누이가 나하고 같이 일을 하니까 늘 들어서 그 집 래력이야 잘 알지요.>>

하고 대답하더라.

<<그 큰누이가 출가를 안하고 그저 같이 있다니?>>

<<왜 출가를 안해요, 젖 떨어진 애기까지 있는데.>>

<<그래 그 집안 래력이 어떻던?>>

<<아이고 언니, 그 총각 말도 마오. 형편이 없소.>>

<<어떻게 형편이 없어?>>

<<그 집 삼남매중에서 큰딸은 시집을 가고 작은딸은 직장에 다니는데 아버지는 벌써 여러해전에 세상을 떴답니다. 그래 현재 세식구 사는데 그 엄마는 소아과의사래요. 그런데 이 녀석이 어찌나 덜돼먹었는지 홀로 사는 어미를 불쌍히 여길줄은 모르고 도리여 껍질을 벗겨먹으려 든다니요. 저의 누이가 죽을라고 합디다. 속이 상해서. 사내녀석이 몸단장을 어떻게나 류별나게 하는지 새로 나온 무슨 좋은 의복은 꼭 입어야 하고 모자고 양말이고 구두고 언제나 일등 좋고 비싼거라야만 하고 글쎄 뭐 형편이 없대요. 면도칼도 무슨 전기로 돌아가는거라나. 그리고 세수하는 비누만 해도 무슨 단향비누라나 향수비누라나 그런거라야만 된다지 뭐요. 아무튼 제가 받는 월급은 한푼도 집에 들여놓는 법이 없다면서도 밤낮 저의 엄마보고 돈돈 돈내라 돈돈 한다잖아요. 차고 다니는 시계도 외국시계요. 쓰고 다니는 안경도 외국안경이요... 엄마가 칠팔십원 받는 월급으로 집안살림하랴 작은딸 시집보낼 준비하랴 어디 손이 돌아가야 말이지요. 그래 속이 썩어서 혼자 자꾸 운다지 뭐요. 세상에 별 망할 놈이 다 있지요.>>

이모의 말을 듣고 나느 비로소 깨도가 됐지 뭐냐. 내 머리속에 늘 걸려있던 의문이 일시에 풀렸단 말이다. 알고보니 그 말쑥한 총각의 세상을 사는 취미는 일편단심 오로지 제몸 하나 단장을 하는거였어. 너절해서. 천생 남첩노릇이나 해먹고 살 인간이지 그따위가 무슨 사내구실을 옳게 하겠니. 그래서 이 혼처도 또 날려버렸지 뭐냐. 어떻냐, 내 팔자도 어지간히 험하지? 그렇지만 팔자 땜은 이걸로 끝이 안 났어. 가만있거라, 속에서 불이 나는데 목이나 좀 추기고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세번쩨


우리 이모가 분연히 떨쳐나서서 활동을 한 결과 반계곡경으로 총각 하나를 소개해왔는데 이 총각이 나를 한번 보자 고만 뼈가 다 녹아서 흐늘흐늘해졌지 뭐냐.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어느 유명한 화가가 나를 모델로 전람회에 출품할 그림을 그리겠다고 애를 애를 쓰다가 우리 아버지가

<<시집도 안 간 처녀애를 되기나 할 소리냐, 정신 빠진 놈!>> 하고 야단 치시는 바람에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화가가 길이길 탄식하며 한 말이 있다.

<<저 갸름하고 해맑은 얼굴, 저 좁은 입, 저 맑고도 빛나는 두눈, 저 오똑한 코날, 저 날씬한 몸매... 저걸 한번 못 그려보고말다니... 아이구 내 이놈의 팔자야!>>

이게 그 화가가 한 말이야. 그러기에 난 언제나 자신이 있어. 혼기를 놓쳐서 시집을 못 가고 처녀로 늙을가봐 걱정한적은 한번도 없단 말이다. 흰소리가 아니야. 일생의 대산데 덤빌것 있니, 신중히 두고두고 잘 골라야지. 안 그러냐. 한데 이번 총각은 키가 큰것은 좋으나 목소리가 좀 가는것이 흠이고 눈이 큰것은 좋으나 코가 좀 낮은것이 흠이기는 했지마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외양은 파스 즉 통과란 말이다.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합격이란 말이다. 인제 정신세계를 관찰해야 할 참이지. 그 령혼을 분석해보는 단계란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주해를 하나 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총각은 그저 보통총각이 아니라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고급간부의 자제다. 그 아버지로 말하면 우리 여기서 령도적지위에서 사업을 하시는분이다.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다 알지만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어서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지내보니까 총각이 아주 그럴듯해. 첫째 성품이 선량하면서도 정직해. 로혁명가의 혈통이 다르긴 하더라. 우리 아버지하고 엄마는 높은 간부하고 사돈을 맺게 되는것이 대견해서 입이 한껏들 벌어지는 한편 또 너무 어마해서 송구한 마음도 없지 않은 모양이더라. 한번은 그 총각을 청해다가 저녁 대접을 하는데 자리를 같이하자고 일부러 가서 우리 이모도 청해왔지 뭐냐. 이모는 자기가 나서서 애쓴 보람이 있다고 좋아서 나하고 그 총각을 반반씩 갈라보며 자꾸 싱글벙글하더라. 왜 안 그러겠니. 아버지가 억지로 권하다싶이 하는 바람에 그 총각이 포도주를 서너잔 받아 마시고나서 얼근한김에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는데 우리는 모두 처음 듣는 말이라 신기해서 귀들을 기울였다.

<<우리 아버지는 항일전쟁시기에 팔로군부대에 있을 때 벌써 대대장이였으니까 그대로 군대에서 사업하셨더라면 지금쯤은 적어도 군단장은 됐을겁니다. 군단장이면 장군이 아닙니까. 그러기에 지금 여기 당내에서도 우리 아버지 말 한마디면 고만이지요. 누가 감히 <아니 불자>를 내놓겠습니까. 그래 우리 아버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뜨르르하지요.>>

이 말을 듣고 아버지, 엄마, 이모 세분은 서로 돌아보며 고개들을 끄덕이더라. 매우 감격들 한 모양이지 뭐냐. 총각이 우리를 한번 둘러보고 다시 말을 잇더라.

<<이번에 남산밑에다 굉장한 체육장을 닦은거라든가 늪가에다 전국 일류의 과학관을 지은거라든가 하는것도 다 우리 아버지가 직접 중앙에 올라가서 교섭을 해서 비로소 해결된겁니다. 그러찮으면야 어디서 그런 큰돈이 나오겠습니까. 나올 구멍이 있어야지요.>>

이 말을 듣고 세분은 눈들이 둥그래지잖겠니. 무리도 아니지, 그런 신선한 말을 생전 언제 들어들 봤어야지. 총각이 내 눈치를 한번 살피고나서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우리 학교에서도 천여명 전교 학생이 일시에 들어갈 새 강당을 짓는데 경비가 부족해서 애들을 먹었지요. 교장선생이 나를 보고 말씀 좀 드려달라고 여러번 간청을 하기에 내가 맘먹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더니 한달이 채 못돼서 문제가 덜컥 해결이 되잖고 뭡니까. 그래서 교장선생은 지금도 나만 보면 좋아서 어쩔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난 머잖아 이 교원생활을 고만두고 공안국으로 가게 될겁니다. 아버지가 얼마전에 공안국장에게 말을 해놓았으니까 두달을 넘기지 않을겁니다. 우리 아버지의 말 한마디면 다지요. 두고들 보십시오, 내가 앞으로 중앙의 공안부로 올라가잖나. 공안부의 부부장이 항일전생시기 우리 아버지하고 한부대에서 사업을 한 전우거든요. 서로 너나들이를 하는 판인데.>>

이 일장 설화를 듣고서는 세분이 다 놀랍고 대견해서 입들을 딱 벌리잖고 뭐냐. 금시 눈앞에 그 대단한 모습을 보는것 같아서 였을거다. 제복을 갖춰입고 승용차에 올라타는 그 총각의 위풍름름한 모습을 눈앞에들 보는것 같아서 그랬을거란 말이다.

이때부터 시집을 갈 당자인 나보다도 엄마 아버지가 더 속을 달구면서 자꾸 나를 재촉하잖겠니, 이 좋은 혼처를 또 놓치면 어떡하랴 해서. 두번이나 실패를 한 끝이니까 왜들 안그러시겠니, 무리야 아니지. 내가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 총각과의 교제를 죄는중에 차차차차 한가지 사실이 밝혀졌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 총각이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최아무라는 제 이름으로 살아나가는것이 아니라 최아무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 살아나간다는거였다. 아닌게아니라 그저 최아무라면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그 아버지의 이름을 내대고 그 아들이라면 다들 <<오 그런가>>고 대우를 특별히 잘해주잖겠니. 다시말하면 최아무라는 열쇠로는 어느 자물쇠도 열리지를 않지만 그 아버지 최아무의 아들이라는 열쇠로는 어느 자물쇠나 다 척척 열리더란 말이다. 그러니 이 총각이 거기에 재미를 붙여서 맞지 않는 열쇠는 호주머니속에 넣어두고 맞는 열쇠만을 내들고 다닐 밖에. 그렇지만 아버지 최아무는 아들 최아무보다 나이가 30여세나 우거든. 그러니 아버지 최아무가 세상을 뜬 뒤에도 아들 최아무는 30여년을 더 살아야겠지. 그러면 그 30여년 동안은 최아무의 아들로 행세를 못하고 그냥 홑최아무로 행세를 해야 할테니 이게 난감하지 않으냐. 그 총각은 알고보니 저의 아버지한테 붙어사는 더부살이 같은 존재였어. 저의 아버지의 그림자 같은 존재였어. 저의 아버지가 없으면 독립적으로 살아나가기 어려운 인간이였단 말이다.

하긴 세상에는 신랑 당자를 보지 않고 자리에 있는 시아버지를 보고 아무개의 며느리라는 소리가 듣고싶어서 시집을 가는 허영에 뜬 계집애들도 있기는 있더라마는 내야 어떻게 그럴수 있니. 싹 걷어라. 나는 골백번 죽어도 그따위 더부살이그림자하고는 같이 살지 않아, 설혹 처녀로 늙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이래서 잔뜩 부풀었던 고무풍선은 또 터졌지 뭐냐. 최아무의 며느리라는 금빛의 꿈은 깨져버렸단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꼬물도 락심하지 않는다. 세상은 너르고너르고 얘, 설마 10억 많고많은 인구중에서 내 맘에 드는 사나이가 하나도 없을라구. 걱정말아!


네번째


우리 바로 뒤집에 건축공사에서 탑식기중기를 조종하는 총각 하나가 살고있는데 나하고는 유치원3년 소학교6년 모두 9년 동급생이다. 중학시절에도 한학교에 다녔고 또 학년도 줄곧 같았지만 반이 달랐다. 실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앞뒤집에 벌써 20여년째 이웃해 살고있는데 그 애가 학교에 다닐 때도 말수가 적더니 커서도 역시 마찬가지더라. 소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 무얼 어떻게 잘못했다고 갑자기 주먹으로 내 코를 콱 줴박아서 내가 코피를 흘린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 엄마한테 호되게 야단을 맞은뒤부터는 다시는 내게다 손찌검을 한 일이 없지 뭐냐. 인제 피차에 다 나이를 먹어서 시집장가 갈 때들이 됐건만 묵은 습관이 졸지에 고쳐지지 않아서 그저 너나들이를 하고 지내는 형편이다. 그런데 나는 종래로 그 애를 동창생으로 친구로 이웃집 아이로는 보았어도 이성으로 본적은 없었다. 이건 무슨 까닭인지 나도 모른다. 나는 그 애가 ...아니 총각이라고 하자, 인제 다 커서 수염이 검실검실한데. 나는 그 총각이 양복을 쪽 빼고 나다니는걸 본적도 없고 또 총각이 어떤 녀자하고 좋아한다는 소문을 들은적도 없다. 몸을 사리지 않고 수긋수긋 남의 일을 도와준다고 이웃에서들 칭찬하는 소리는 여러번 들었다지만서도. 소학교 초급학년때의 일이다. 내가 그 총각을 부를 때 지꿎이

<<딱쇠야.>>

하고 그 별명을 부르면 그 총각은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며

<<짱아 같은게.>>

하고 아래입술을 빼물군 했었다. 내 어렸을적 별명이 짱아야. 그 총각이 말수가 적은 대신에 노래를 썩 잘 불러. 기타도 잘 타고. 그 총각네 집 일각문하고 우리 집 뒤창문이 가는 실골목 하나를 사이 두고 마주 났는데 그 총각네 집 좁은 마당끝에 실버들 한 그루가 박혔어. 그 총각이 이따금 그 버드나무밑에 앉아서 기타를 타며 갈린것 같은 바스로 <<뜨로이까>>를 부를 때는 곧 눈앞에 눈덮인 씨비리아의 망망한 평원이 펼쳐지는것만 같지 뭐냐.

어느날 아침 내가 출근을 하려고 자전거를 밀고 나와서 올라타는데 덜컥 소리가 나더니만 발걸이가 무엇에 딱 걸린것처럼 옴쭉을 안하는구나. 안날 사촌동생녀석이 와서 타고 돌아다니더니 못쓰게 뜨린 모양 아니야. 사람이 짜증이 나서. 난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서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또 한손으로 발걸이를 쥐고 앞으로 뒤로 맹탕 돌려보았다. 한창 애를 쓰는중에 바로 등뒤에서 굵고 낮은 목소리가

<<어째, 고장이 났니?>>

하고 물어서 고개를 비틀고 돌아보니 그 총각이로구나. 내가 속이 상하는 말투로

<<발걸이가 무엇에 걸렸는지 떡 걸려서 생전 돌아가주지를 않으니 어떡하지.>>

하고 대답하니 그 총각은 제 자전거를 얼른 세워놓고 와서

<<어디 보자.>>

하고 대들어서 발걸이를 몇번 앞뒤로 돌려보더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며

<<자전거 꼭 붙들어.>>

말을 이르고 곧 한손으로 시꺼먼 기계유투성이의 사슬을 거머쥐잖겠니. 내가 미안해서

<<아이 저 손.>>

하고 일어나서는데 보니 두손이 다 시꺼멓게 기계유투성이로구나. 내가 급한 말로

<<잠간만 기다려, 내 얼른 들아가서 손씻을 물 떠내오께.>>

하니까 그 총각은

<<그런 념려는 고만두고 어서 네 갈길이나 가라, 시간이 어디있니.>>

하고 곧 허리춤에서 때묻은 세수수건을 뽑아내서 어지러운 손을 쓱쓱 닦지 뭐냐. 내가 자전걸을 타고 떠나는데 뒤에서 그 총각이

<<어떻니?>>

하고 소리쳐 물어서 내가 뒤를 돌아보며

<<일 없다.>>

마주 소리치니 그 총각은 한번 싱긋 웃고 곧 가서 저의 자전거를 잡아타더라. 그날 오후에 내가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려서 책 한권을 빌어가지고 집에를 오니 그 총각은 벌써 퇴근해 돌아와서 저의 이웃집 지붕꼭대기에 올라가있지 뭐냐. 내가 지붕을 쳐다보고 웃으며

<<거기서 뭐 하니?>>

하고 물었더니 그 총각 웃으면서

<<이 집에서 지붕이 샌다고 해서 지금 지붕을 고치는중이다.>>

하고 대답하는거야. 이웃에서들 칭찬을 할만도 하지.

석후에 그 총각이 또 저의 집 버드나무밑에 앉아서 으스름달을 쳐다보고 기타를 타며 갈린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뜨로이까>>를 부르는데 나는 전에없이 공연히 설음이 북받치는걸 느끼잖았겠니. 무슨 까닭인지 나도 모른다. 아마 매친증이 났던거야. 그럲지만 우리 속담에 이웃집 무당 령하지 않고 먼데 무당이 령하다는 말이 있잖니. 바로 그 조야. 그거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그때까지 나는 동화에 나오는 왕자같이 멋진 신랑감은 아득한 어느 먼곳에 있는것만 같았지 뭐야. 바로 제 눈앞에 있는 신랑감은 늘 보아도 마당비처럼 심상히 여겼어. 그건 이성으로 보이지 않고 그저 <<사람>>으로 보였어. 저하고는 아무 인연도 상관도 없는 그저 사람으로만 보였단 말이다. 시집갈 나이의 처녀들 치고 어느 누가 환상이 없고 허영이 없겠니. 모르긴 하겠다만 이건 아마 백이면 백이 다 있을거다 정도 문제지. 나도 례외가 아니였어. 나도 겉보기에는 들뜬것 같지 않았지만 기실은 들떴었어. 그날 밤에 그 총각이 부른 <<뜨로이까>>는 사실상 내 운명을 애벌 결정했어. 나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지뭐냐. 그 총각의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모습이 자꾸 눈앞에 떠오르는걸 어떡하니. 그 총각은 진실한 남자였어. 소박하고 무던하고 웅숭깊은 남자였어. 정말이야. 악기에 비기면 트럼페트가 아니고 튜바였어. 바이올린이 아니고 콘트라바스였어. 남에게 자기를 드러내보이려고 하지 않는 덕성을 지닌 남자였어. 씀바귀나물같이 씁쓸한 남성미의 소우자였어.

이튿날낮에 내가 문화궁전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오다가 새로짓는 4층 아빠트앞을 지나오는데 거기서 탑식기중기란 놈이 그 긴 팔을 늘여서 육중한 철근콩크리트판을 들어올리고있잖겠니. 내가 혹시나 해서 자저거를 내려서 맞은편 가로수밑에 가 서서 고개를 젗혀들고 쳐다보니 아니나다를가 바로 그 총각이 아니겠니. 조종실 유리창속에서 조종간을 잡고 허공 들린 철근콩크리트판을 내다보느라고 여념이 없이. 한참 걸려서 들어올린것을 내려놓고 또 다음놈을 집으려고 긴 팔을 돌려서 내리다가 비로소 나를 보았지 뭐냐. 내가 쳐다보며 생긋 웃으니까 저도 내려다보고 흰 이발을 드러내보이며 한번 싱긋 웃고 고만이야. 그 총각으로서는 그게 아마 최고의 례절인 모양이지. 그렇지만 나는 스물한발의 례포를 울려주는것만큼이나 마음에 좋았다. 그 순간에 내 일생의 운명은 결정이 난거야. 아주 결정이 났단 말이다. 그 총각은 허공 들린 다음 철근콩크리트판에 정신이 쏠려서 나를 다시 내려다볼 생각을 않더라만 나는 그 총각의 맘을 다 알았어. 그 맘을 속속들이 다 알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탈 때 내 맘은 온 천하를 얻기라도 한것처럼 흐뭇했지 뭐냐. 너도 흐뭇하다구? 고맙다. 그렇지만 난 은근히 걱정되는 일이 한가지 있다. 무슨 걱정이냐구? 글쎄 너 좀 생각해봐라. 여태까지는 서로 야 자, 이랬니 저랬니 했지마는 시집을 가서도 그러겠니. 그랬다간 시어미한테 당장 쫓겨나라구. 그러니 부득불 말씨를 고치기는 고쳐야겠는데 쑥스러워서 여보 당신 소리를 어떻게 하겠니. 정말 걱정이다. 이럴줄 알았더라면 학교를 나오자마자 곧 이랬소 저랬소를 익혀두었을걸. 넨장. 이번엔 그 총각하고 둘이 찍은 사진은 여기 있다, 봐라 존안이 어떠만 하신가. 실물을 한번 보고싶니? 그럼 내 이제 가서 불러올가, 아주 기타도 갖고 오라고 하자. 일 없어, 내 잠간 갔다올게. 앉았어.


1982년 연길


추천 (3) 선물 (0명)
IP: ♡.245.♡.77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6:45:44

김학철선생님이 쓴 장편소설이 격정시대 외 또 어떤 작품이 있나여?

단편소설집,수필집 묶은거 말구요.

장편소설이 더 잼있어여.저는 ...ㅋㅋㅋㅋㅋㅋ

더좋은래일 (♡.208.♡.247) - 2024/04/27 18:48:52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연길 신화서점에 련락하시면...

타니201310 (♡.163.♡.118) - 2024/04/27 16:46:57

이 소설집은 편폭이 짧아서 짬짬이 시간에 읽기 좋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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