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수필)역시 아편

더좋은래일 | 2024.05.05 14:31:29 댓글: 0 조회: 73 추천: 0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6335


수필


역시 아편


우리 어머니는 스물여덟에 홀로 되여가지고 바느질품을 팔아서 우리 삼남매를 겨우겨우 키웠다. 그러자니 살림형편이 오죽하였으랴! 그때부터였다. 우리 어머니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우기 시작한것은. 부처님을 지성껏 믿으면 살길이 열릴것으로 알았던것이다. 그러다나니 자연 또 외아들인 나의 수명장수를 빈다고 불공도 드리게 되였다. 불공을 안 드리면 아무 탈 없이 펀펀하던 내가 갑자기 요절을 하거나 비명횡사라도 할것 같아서였다. 이미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나는 슬그머니 밸이 나군 한다. 우리 집에서 10여리 떨어진 산꼭대기에 상운암이라는 암자 하나가 있었다. 글자 그대로 <<상운암>> 즉 구름우의 암자였으므로 가파른 오솔길을 돋우밟자면 중턱도 채 못 올라가서 숨이 턱에 닿았었다. 이런 상운암에다 쌀 서말, 참기름 둬되를 수명장수할 당자가 갖다바쳐야 하는데 정성이 부족하면 부정이 든다고 중도에서 짐을 벗어놓고 쉬지 말고 곧바로 가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때 내 나이 벌써 열일곱살이건만 위인이 워낙 어리석었던탓으로 부처님의 버력을 입을가봐 겁이 나서 고지식하게도 쌀 서말은 질빵을 해서 어깨에 지고 참기름이 든 두되들이 큰병은 끈으로 얽어서-개피처럼-목에다 걸고 그리고 두손으로는 칡덩굴, 다래덩굴을 엇갈아 부여잡으며 땀범벅이 되여서 톺아오르고 또 기여올랐다. 엉뎅이를 땅바닥에 조금이라도 붙였다간 큰일나는줄 알았으므로 기를 쓰고 무착륙 강행군을 하였던것이다.

중놈 좋은노릇 하느라고 옥백미, 참기름을 이렇게 갖다 바치고 집에서는 네식구 조밥과 토장국으로 배들을 채워야 하였다. 불쌍한 우리 어머니가 뼈빠지게 일해서 번 돈이 그렇게 보람없이 허비된것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우리 어머니를 속여먹은 그 중놈들이 괘씸해서 가까이 있으면 귀싸대기를 올려주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항일전쟁시기 태항산에서 일본군과 교전하다가 중상을 입고 내가 일본감옥으로 끌려갔을 때의 일이다. 감옥당국에서는 나를 대일본제국에 대항하는 적대분자-비국민이라고 수술을 해주지 않아서 곪은 상처는 날로 달로 썩어만 갔다. 이것을 알게 된 우리 어머니는 속이 달아서-외아들이 감옥속에서 사경을 헤매는데 어찌 그 어머니의 속이 달지 않으랴-나에게 편지를 써보냈는데 거기에는 적혀있기를

<<수리수리 마하수리... 옴 도로도로 지미 사바하...>>

그것은 범어(梵语)로 된 경문이였다.

<<아들아, 이 경문을 날마다 백여덟번씩만 정성들여 외우면 네 그 상처가 꼭 아물것이니 이 어미의 말을 명심하여라.>>

나는 독감방속에서 너무 기가 막혀서 한손에 그 편지를 든채 혼자 어이없이 나오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분명히 맑스주의자였다.

<<종교란 압박받는 피조물(被造物)의 탄식이며 심장 없는 세계의 령이며 생기 없는 침체의 시대의 혼이다. 그것은 인민의 아편이다.>>

종교에 대한 맑스의 이 론단을 완전히 신봉하는 젊은, 굳건한, 충성스러운 맑스주의자였다. 불교, 예수교, 천주교, 이슬람교... 무슨 교 무슨 교 할것없이... 다 나는 인민의 아편으로밖에는 보지 않는 사람이다. 나의 이러한 종교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매일반-추호의 변화도 없다.

일본이 무조건항복을 하여 다른 정치범들과 함께 감옥에서 나올 때 나는 다리 한짝을 감옥묘지에 묻고 나왔다. 그러나 다른 전우 하나는 하반신불수로 아주 걷지 못하므로 들것에 실려 나와야 하였다(몇해후에 그는 종시 자리에서 일어나보지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그후 둘이 같이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내가 그의 병실에를 가보니 그는 귀속말하듯 나에게 소곤소곤 말하는것이였다.

<<글쎄 우리 어머니가 속이 달아서 요새 문복(问卜)을 한다 푸닥거리를 한다... 바삐 돌아다니시지 뭐요. 그래 어쩌겠소. 좋다구 자꾸 해보라구 부추겼지. 로인이 그렇게 해서라두 마음을 달래야지... 내 이 병이 불치의 병이란걸 우리 어머닌 아직 모르시거든. 하하, 어떻소 학철동무? <미신을 권장하는 맑스주의자>-소설재료루 훌륭하잖아?>>

이렇게 자조하듯 말하고 그는 서글픈 웃음을 웃는것이였다. 나도 할수없이 따라웃었다. 역시 서글픈 웃음이였다. -그와 나는 똑같이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종교와 미신이 사람을 어떻게 그리치는가를 나는 어려운 고비에서 여러번 뼈에 사무치게 겪어왔다. 그러므로 종교, 미신이라면 나는 치를 떠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전에 어느 신문에서 보니까 어떤 알뜰한 량반이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만 보는것은 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론조를 들고나와 횡설수설한것을 읽어보고 나는 부아통을 터뜨리지 않을수 없었다.

(아편이 아니면 그럼 인삼록용이란 말인가? 비타민ABCDEFG란 말인가?)

나는 <<조반파(造反派)>>도 <<홍위병>>도 아니다. 교회당을 짓부시고 목사, 신부를 사방으로 끌고 다니며 회술레를 시키는따위의 야만적행동은 절대로 반대하는 사람이다. 종교신앙을 포기하도록 강박을 해서는 안된다는것을 잘 아는 사람이다. 더구나 <<세계지식화보>>에 실린 몇폭의 사진을 본 뒤부턴 종교라는것이 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것은 아주 료원한 장래의 일이란것을 통감하였다.

멕카는 이슬람교의 교주 마호메트의 탄생지로서 이슬람교도들의 신성시하는 이른바 성지다. 매년 수십만의 순례자가 불원천리 찾아와서 참배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나는 <<세계지식화보>>의 그 사진들을 보기전에는 멕카를 이렇게 생각하였었다-

거치른 황무지에 보잘것없는 흙무덤 하나가 있다. 그 무덤우에서는 빼빼 마른 풀 몇대가 바람에 나붓기고있다. 락타를 타고 온 또는 당나귀를 타고 온 초라한 옷차림의 순례자가 땅바닥에 엎드려서 경건하게 어리석게 참배를 한다...

이것이 수십년 동안 내 마음속에 정착되였던 멕카풍경이다.

그런데 우에서 말한 그 사진들을 통하여 내 눈앞에 펼쳐진것은 아주 전연 다른 광경-딴세상이였다.

올림픽경기장을 련상케 하는 굉장한 건축물, 그 주위에는 현대식건물들이 꽉 들어찼는데 사통오달한 큰길들에는 수천대의 수를 헤아릴수없이 많은 승용차들이 서로 붐비며 강물처럼 흐르고있다. 주차장은 역시 수없이 많은, 성냥갑 같고 물매미 같은 승용차들로 가득찼다. 10만명씩 20만명씩 밀려드는 순례자들을 수용할 백색의 일매진 천막들은 교외의 들판을 메웠는데 그 수가 천인지 만인지 아무튼 끝간데 없다. 마호메트의 유골이 안치되여 있다는 석관은 네모난 층집 모양인데 그 규모가 또한 어마하다. 백차일 치듯한 사람들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와 겨우 그 석곽의 검은 대리석벽을 어루만져보는 순례자들은 개개 다 벅찬 감격에 목이 메여 울음을 터뜨린다. 방성통곡을 아니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광신적이고 광란적인 사진을 통하여 지켜보는 나의 넋은 크게 뒤흔들렸다.

(이 지경 갚이 박힌 뿌리가 그렇게 쉽사리 빠져? 어림없는 소리!)

그러므로 우리는 무신론으로 젊은 세대를 각성시키는 사업을 쉬임없이 줄기차게 밀고나가야만 할것이다. 종교와 미신의 독기를 발산하는 흐리멍텅한 구름이 인류의 머리우에서 말끔히 걷히지 않는 한 인류의 진정한 해방, 진정한 행복은 있을수 없다.

나는 다시한번 웨친다-

<<누가 무어라든 종교는 역시 인민의 아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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