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전집4-태항산록-열병

더좋은래일 | 2024.04.30 14:24:37 댓글: 0 조회: 82 추천: 1
분류장편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5406


소설


열병


1

황준덕이와 황준복이는 사촌간이다. 형인 준덕이는 두 딸의 아버지였다. 동생인 준복이는 한 아들의 아버지였다. 그 한 아들을 소문나게 한번 잘 키워볼 생각으로 준복이는 자진하여 산아제한수술을 받았다.

(돼지새끼처럼 우글우글 낳아놓기만 하면 무얼 해? 하나라두 제대루 사람을 만들어야지!)

그러므로 이제 세는 나이로 다섯살이 된 외아들 명수가 그들 내외에게는 금싸래기같고 은싸래기 같고 또 무슨 싸래기 같고 무슨 싸래기 같고 하였었다.

<<우리 가문이 통털어서 둘밖에 없으니까... 자네하구 나하구 둘밖에 없으니까... 명수 고 녀석 하나가 인제 이 가문의 종사(宗嗣)를 잇게 됐네그려. 자네두 보다싶이 나는 지금 종손구실을 제대루 할 형편이 못되거든. 하니까 명수란 놈을 키우는데 들어선 나두 반몫을 담당해야 도리가 맞잖겠나. 그러니 우선 이 돈을 받아두게. 앞으루두 고놈의 양육비는 내가 절반을 맡을테니까 그쯤 알구 우리 한번 좀 잘 키워보세.>>

<<아 형님, 갑자기 망녕이 나셨습니까? 형님은 아이가 둘이 있구 나는 하나밖에 없는데... 둘짜리가 어째서 하나짜리를 돕는단 말씀이요? 돕는다면 내가 형님을 도와야지! 제발 이런 망녕 좀 부리지 마십시오.>>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아니는 뭐가 아니란 말씀이요. 제발 좀 이러지 마십시오. 형님의 고마운 뜻은 잘 알았으니까...>>

<<하 참 그 사람 거...>>

<<글쎄 이러지 마시란데두요.>>

성정이 고정한 황준덕이는 종시 갖고 온 돈봉투를 사촌동생에게 떠맡기고야 마음이 놓이는듯 벗어놓았던 모자를 집어들고 일어나며 가는 인사를 하였다. 사촌형의 나이가 10여살이나 맏이인데다가 사람됨됨이가 워낙 근엄하여 황준복이는 평소 숙부 맞잡이로 그를 어려워하였었다.

(남들은 자비로 자식들 외국류학을 보낸다는데... 우리 명수두 그 축에 빠질수야 없지. 그러자면 우선 앞서는게 돈인데... 어떻게 해서라두 학비를 좀 든든히 마련해놔야잖겠나.)

예견성이 너무 좀 지나친-하긴 가물에 도랑쳐서 해로울거야 없지만서도-황준복이는 사랑하는 아들의 먼 장래문제를 골똘히 생각한 끝에 마침내 결심을 내리였다.

<<말 태우구 버선 깁기를 할수야 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두 미리미리 돈부터 모아놔야지.>>

그러니 월급살이를 해서는 억년 가야 그 식이 장식으로 입에 풀칠이나 겨우 하게 된다는것을 간파한 황준복이가 장사길에 들어선것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것이다.

그런데 황준복이는 문학이라는것에 대하여는 애당초부터 아무 흥미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였으므로 더더구나 쉐익스피어라는게 무엇 하는것인지를 알턱이 없었다. 그러니 삼백년전에 먼 서양 어느 섬나라에 살았다는 사람-쉐익스피어인지 무슨 피어인지가 한 말을 들었을지 또한 만무하였다.

<<장사군은 제 애비두 속여먹는다구요.>>

그때 쉐익스피어는 극장 무대에서 이런 말을 시켜서 관중들을 웃겼었다. 그러니까 관중들은 그런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려고 돈을 내고 표를 사가지고 들어왔다는것으로 되는것이였다. 쉐익스피어의 고국인 영국에서는 지금도 늘 그의 연극들이 되풀이로 상연 되는데 무대에서 배우는 역시 전이나 마찬가지로 <<장사군은 제 애배두 속여먹는다구요>>를 되풀이하여 20세기의 현대인 관중들을 웃기고있다. 정직한 장사군들이 들으면 족히 뭉둥이찜질을 안기겠다고 할만한 일이건만 아직까지-3백여년 동안에-그런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니 참 모를 일이다.

어느날 황준복이가 부랴부랴 사촌형 황준덕이를 찾아왔다.

<<자네 불시에 웬 일인가? 어서 올라오게.>>

<<녜 좀 의논할게 있어서... 달려왔습니다.>>

<<무슨 일인데? 어서 앉게.>>

<<예 저...>>

황준덕이는 무슨 말이 나오려나 하고 사촌아우의 입을 바라보았다.

<<저... 요새 하남성에서 온 어느 큰 양주장 외교원한테서... 술을 좀 살가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지 뭡니까. 그래 형님하구 의논을 좀 해볼가 해서 왔습니다.>>

황준덕이가 국가에서 지은 이 새 아빠트에 들 때 쓰고 살던 개인의 집을 판 돈이 은행에서 잠을 자고있는것을 황준복이는 잘 아는터였다.

<<무슨 술인데?>>

<<저 <두강주(杜康酒)라구-하남성에서 나는 유명한 술입니다. 한데 도매가격을 글쎄 근 3할이나 낮춰주겠다지 뭡니까. 그대신에 거래는 반드시 현금거래라는 조건부입니다. 그래서 한번 손이 좀 크게 놀아볼 생각으루 한꺼번에 뭉텅 5천병을 사기루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돈을 어디서 돌릴 재간이 있어야지요. 그래 생각다 못해 형님을 찾아온겁니다.>>

<<가만있게. 가격을 근 3할이나 낮춰주겠단다구? 그 말이 어째 너무 좀 허황하잖은가? 그 사람들두 영리가 목적일텐데... 덤핑을 하는것두 아닐게구... 그렇게 밑천두 못 건질 정도루 할인을 한다? 거참 모를 일일세.>>

사촌형이 믿음성이 없는듯 고개를 가로 흔드는것을 보고 황준복이는 얼른

<<술병에 붙인 레테르두 다 확인을 했구 그리고 그 외교원의 신분증두 다 내 눈으루 분명히 봤으니까... 무슨 다른 문제는 있을수 없습니다.>>

하고 설득에 힘썼다.

<<그렇지만 요새 신문에 가짜약, 가짜술, 가짜가루우유 따위를 단속하라는 기사가 날마다 같이 실리는데... 자네두 봤을테지?>>

<<글쎄 아무 념려두 없다는데두요. 내가 무슨 그런 가짜를 만들어 파는것두 아니구... 단지 제조업자에게서 받아서 소매상들에게 넘겨주는 중간상인노릇을 하는것뿐인데... 무에 겁날게 있습니까. 이 좋은 기회를 놓치잖구 5천병만 확보를 하면... 거의 독점이나 마찬가진데... 아마 한번 뜨르르할겝니다. 한병에 40전씩만 떨어진대두 얼맙니까? 눈 깜박할 사이에 2천원... 모개돈이 들어오잖습니까. 이게 형님, 그래 다 명수녀석의 장래를 위한게 아니구 뭡니까.>>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는데는 나두 아무 의견이 없네. 하지만 그 술의 래력이 종내 수상하니 한번 더 좀 알아보구나서 거래를 하는게 좋을것 같네. 그래 자네가 간색(看色)은 했나? 술맛은 보았나?>>

<<녜, 술맛은... 솔직히 말해서... 좀 못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있습니까, 우리가 제조업자두 아닌데...>>

할수없이 사촌아우가 실토를 하니 황준덕이의 얼굴이 대번에 엄숙하게 변하였다.

<<이 사람, 자네가 정신이 있나? 전정이 구만리 같은 자식의 장래를 그래 부정폭리루 뒤받침하겠단 말인가? 그런 당찮은 생각을랑 아주 깨끗이 털어버리게. 깨끗이 털어버리라구. 그리구 아이를 두구 말해두 그렇지... 이제 겨우 다섯살 먹은 아이를 놓구... 10년, 봐가며 해두 넉넉할 일을 가지구.>>

대꾸할 말이 얼른 떠올라주지 않아서 황준복이는 그저 입술만 달싹달싹하다가 그만두구 뿌루퉁해진 얼굴로 가는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사촌형수가 저녁이 다됐으니 먹고 가라고 붙드는것도 뿌리치고 급살나게 새 아빠트의 층층계를 뛰여내려왔다. 사촌형의 말이 고까와서 밸이 곤두섰던것이다.

(같잖게 훈계나 하구! 돈을 내놓기 아까우니까... 체, 누가 그속을 모를줄 알구! 그깟년의 세무국 부국장쯤... 하나두 부럽잖다야!)

황준덕이는 시의 세무국 부국장으로 제발된지가 이제 반년밖에 안되였었다.

황준복이는 흥정이 다된 하남산 <<두강주>>5천병을 놓치지 않으려고 오토바이를-시어미 역정에 개배때기 차듯이-냅다 몰아대였다. 소문없이 변놓이를 하는 곱사등이를 꼿꼿이 찾아갔다. 독주로라도 해갈을 해볼 작정인것이다.


2

<<그렇게 섭섭하게 해보내서... 어쩌지요?>>

안해의 미타해하는 말에 황준덕이는

<<섭섭해두 할수 없지. 정도(正道)를 가지 않는걸... 형된 도리에... 보구 가만있을수는 없지 않은가. 방미두점(防微杜渐)을 왜 모르우? 일이 커지기전에 미리 막아야 한단 말이요.>>

하고 안해의 불안감을 눅잦혀주었다.

<<하지만 돈을 대주기가 싫어서 그런다구... 고깝게 여기기가 쉬울걸요.>>

<<만일 그렇다면... 그건 제 소견이 짧은거지.>>

<<아이 난 몰라. 래일이라두 명수 엄마를 무슨 낯으루 본다지요.>>

<<그렇게 걸리는게 많거들랑 그럼 보지 말구려. 안 보면 되잖아?>>

<<안 보긴 어떻게 안 봐요? 이번 일요일이 바루 명수의생일인데!>>

황준덕이는 혀를 한번 쯧 차고-변론은 이상으로 중지-신문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황준덕이가 그토록 원치 않는 변론은 밤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운 뒤에 또 재연하였다.

<<내 소견으루는... 형제간의 의가 벌어지잖게... 당신이 생각을 좀 고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쓸데없는 소리!>>

<<저렇게 외고집통이라니깐!>>

<<암탉이 울어서 잘되는 집안 봤소? 인제 좀 고만하우.>>

<<내 립장두 좀 생각해주셔야지요.>>

안해가 땅파기로 졸라대는데 화증머리가 난 황준덕이가 자리우에 벌떡 일어나앉으며 곧 손으로 담배를 붙여물고나서 쌓아온 수양의 힘으로 화증을 누르고 그리고 온언순사로 안해를 타일렀다.

<<장사를 시작한 뒤부터 개가 돈맛을 들여서 아주 리성을 잃었어. 환장을 했단 말이요, 환장을. 돈을 누가 벌지 말라우. 정당한 수단으로 돈을 버는건 아무도 말리지 않아요. 얼마든지 벌라구. 지금 나라에서두 장려를 하는 판인데. 그렇지만 사기, 협잡의 방법으로 부정폭리를 꾀하는건 범죄행위란 말이요, 범죄행위! 알겠소? 그런데두 당신은 나더러 그런 범죄행위를 못하게 말리지 않구 도리여 도와주구 부추겨주구 하란 말이요? 제법 똑똑한 사람이 오늘은 왜 그렇게 닭대가리요? 나 참!>>

황준덕이는 피우다만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눌러 끄고 너스레를 부렸다.

<<인제 제발 좀 자게 해주우. 사람이 고단해 죽겠소. 래일아침 또 일찌기 일어나야지. 당신은 안 고단하우? 어서 저리 좀 비키우. 우리 대단한 마누라. 세상에 둘두 없는 마누라.>>

자리에 드러누워서도 황준덕이는

<<제비 같구 비둘기 같은 마누라. 까치 같구 까마귀 같은 마누라. 위대한 마누라...>>

중얼중얼 지껄이다가 걷잡을수 없이 잠속에 빠져버렸다.

이무렵 황준복이네 집에서도 역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내외간이 늦도록 서로 지껄였다.

<<그런 깍쟁이 같으니라구. 그 잘난 돈 몇푼이 내놓기 아까와서... 열사흘 부스럼 앓는 소리를 온 나절이나 늘어놓구. 체, 내 더러워서!>>

<<설마한들 그렇기야 할라구요.>>

<<설마한들은 무슨 놈의 설마한들이야? 모르면 국으루 좀 가만히나 있어!>>

<<하지만 그 아주버니가 언제 우리한테 꼬물이라두...>>

<<듣기 싫어, 듣기 싫어! 새우 벼락맞던 이야기 듣기 싫어!>>

<<저렇다니까. 그게 당신의 흠이예요, 흠이라니까요.>>

<<맘씨가 부처님 죽으면 대신 들어서겠군!>>

<<세상사람이 다 그 아주버니를 어질다구 하는데 당신 혼자 타박을 하면 되나요.>>

<<쥐뿔두 모르면 입이나 좀 닥치구 가만있어. 그 어진 량반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기나 해? 곱사등이 그 도적놈한테 가서 빚을 내왔어. 빚을 내왔단 말이야. 리자가 얼마인지 알기나 하구 그래? 물계두 모르구 그저 입만 살아서 나팔나팔!>>

안해가 말없이 일어나서 전등을 켰다.

<<불은 왜 켜?>>

불먹은 소리를 하며 황준복이도 덮었던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앉았다.

<<어디 잠이 와요!>>

<<그럼 일어난김에 가서 술이나 좀 가져와.>>

술 몇잔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황준복이가 눈귀가 처져가지고

<<옜소, 당신두 한잔 하우.>>

하고 술잔을 내주니 안해는

<<미쳤소 갑자기?>>

하고 고개를 외쳤다. 황준복이가 허허 웃고 그 술잔을 제가 말린 뒤에 옆에서 자는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곱기두 곱지. 아주 먹구 닮았단 말이야 날.>>

하고 아이의 뺨을 도닥도닥 두드려주었다. 안해가

<<깨우겠소.>>

하고 가볍게 손을 내저으니 황준복이는 다시 고개를 안해쪽으로 돌리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여보.>>

하고 말을 내였다.

<<래일부터 난 좀 바삐 돌아쳐야겠소. 한 반달안으루 술5천병을 다 퍼먹여얄테니까. 온데 돌아다니자면 객지살이두 좀 해얄것같구. 그렇지만 다 념겨치우면 줄잡아두 스무개는 떨어질게니까...>>

<<스무개? 스무개가 얼마요?>>

<<스무개가 2천원이지 얼마여.>>

<<그렇게 많이?>>

안해의 눈이 동그래지니 황준복이는 코가 우뚝해져서

<<그럼 이 황준복이가 치사스레 그멍가게쟁이노릇을 할줄 알았나?>>

흰소리 한마디를 치고 잇달아서

<<그렇지만 곱사등이의 변리를 갚아줘얄테니까... 네댓개는 아무래두 허실하게 되겠지. 고런 망할 놈의 곱사등이... 콱 뒈지기나 했으면 좀 좋아.>>

말하고 쓴입을 다셨다.

<<인제 고만 차반 치웁시다.>>

<<가만 가만... 한잔만 더하구. 허, 그 댁네 참!>>

비운 술잔을 차반우에 내려놓고 황준복이는 눈이 가늘어져서 안해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내 한달안으루 두문짜리 일본제 전기랭장고를 하나 갖다 들여놓을테니 두구보라구. 히히, 이런 남편두 아마 그리 흔친 않을걸.>>

하고 너덜거렸다.

<<돈을 그렇게 마구 쓰군 어떡허려구?>>

말하며 안해가 눈길을 자는 아들에게로 보내니 황준복이도 덩달아 눈길을 한번 보내고나서

<<또 벌면 되지. 자꾸 벌면 되잖아? 맘 턱 놓으시라니까. 념려마시라니까.>>

하고 호기롭게 장담하였다.

아닌게아니라 이튿날부터 황준복이는 오금에서 비파소리가 나게 가근방 사오십리 안팎을 쏘다녔다. 일이백병, 이삼백병 혹은 삼사백병은 눈 끔적이는 수단과 터무니없을만큼 싼값으로,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소매상들에게 풍기고 퍼먹이고 떠맡겼다. 그리하여 한달도 채 안 걸리여 2년-스물넉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

유백색의 <<히다찌>>-두문짜리 전기랭장고를 들여놓고 황준복이는 기분이 좋아서 황홀한 눈을 하고 서있는 안해의 어깨를 툭 쳤다.

<<어때?>>

묻고

<<인제 바가지 다 긁었지? 아하하!>>

하고 너털웃음을 웃음며 연방 아래턱을 쓰다듬었다.

<<큰집 형님이 와보시면 어쩌지요?>>

<<어쩌긴 무얼 어째여. 돈을 안 대줘두 우린 이렇게 잘산다구 땅 울려놓지!>>

<<당신은 그저...>>

<<헤, 누가 더 잘사나 두고보라지.>>

이때 밖에 나가 놀던 어린 아들 명수가 흙손을 옷자락에 쓱쓱 문대며 들어왔다. 무슨 굉장해보이는 낯선 물건앞에 엄마, 아버지가 서있는것을 보고 아이는 무춤하니 섰다가

<<저게 뭐야 엄마?>>

물으며 와서 엄마를 직신거렸다. 황준복이가 얼른 대들어 아들을 반짝 쳐들어 올렸다.

<<그게 네 장가밑천이다, 장가밑천. 장가밑천이란게 뭔지 너 아니? 아하하!>>


3

세무국장이 퇴근시간에 동료 서넛을 자기 집으로 끌고 가는데 부국장인 황준덕이도 자연 그 축에 끼이게 되였다.

<<자 어서들 앉으시오. 자자...>>

자리를 권하여 손님들을 다 앉힌 뒤에 비로소 국장은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것이였다.

<<기실은 우리 집 둘째란 놈이 이번에 성(省) 중학생미술전람에서 특상을 탔단 말이요. 전혀 생각밖이지요. 그래서 기쁜김에 겸사겸사 여러분을 한번 모신거니까 그줄 알구 즐거운 한때를 보내들 주시우.>>

<<거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런것두 모르구 난 또...>>

<<잘되는 집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달린다더니... 아마 그런가보군요.>>

<<아무튼 반갑소이다.>>

입입이 치하를 하는중에 단장을 한 주인마누라가 나와서 면면이 인사를 한 다음

<<내오리까?>>

하고 남편을 바라보았다.

<<다됐소? 그럼 내와야지. 일찍 서둘렀구먼.>>

떡 벌어지게 차린 주안상이 나오니 주인은 얼른 일어나서 따로 건사해두었던 고급술 두병을 꺼내오고 또 마개뽑이를 찾아내왔다. 황준덕이가 술병에 붙어있는 레테르를 보니 <<두강주>>-소문난 고급술이였다.

<<전설에 따르면 두강은 여름하자 하나라의 국왕으루서 인류력사상 맨처음 술을 발명한 사람이라군. 그래서 술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구 하는데... 모르지.>>

국장의 말에

<<나두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적이 있는것 같은데요.>>

<<전설이니까 그저 어리숭하게 들어두면 되는게지 뭐.>>

<<술을 어느 한 사람이 발명했다는건... 더구나 어느 국왕이 발명했다는건... 유뮬사관하구 좀 어긋나는걸요.>>

<<아따 이 사람! 요만 일에 유물사관까지 거들건 뭐 있어?>>

<<그건 그래.>>

<<아하하! ...>>

다들 한두마디씩 지껄이는데 술잔을 잡기전에 벌써 어지간히 흥들이 났었다. 병마개를 따고 죽 돌려가며 잔마다 가득가득 따랐다.

<<자, 건배!>>

<<우리 피차의 건강을 축원해서...>>

<<건배!>>

<<건배!>>

유쾌한 기분으로 다들 잔을 말리였다. 그러나 곧

<<어?>>

<<이게 뭐야?>>

<<아니, 무슨 술맛이 이래?>>

<<예, 퉤!>>

<<두강주? 이게 두강주야?>>

<<가짜다!>>

<<어느 죽일 놈이 이런 술을? ...>>

무르녹던 주흥은 산산이 부서지고말았다. 주인인 국장이 아연 실색하여 얼른 술병을 다시 집어들고 그 레테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레테르는 틀림이 없는데...>>

고개를 비틀며 중얼거리다가

<<아니, 가만들 좀 있소. 한병 마저 따보구.>>

하고 마개뽑이를 집어서 남은 한병을 마저 땄다. 새 병의 술맛을 본 국장의 입이 대번에 비뚤어졌다.

<<음, 속았군!>>

국장의 체증기있는 이 한마디 말이 도화선이 되여 좌중에서는 불만이 터졌다. 련쇄반응을 일으킨것이다.

<<그런 고얀놈!>>

<<중일 놈 같으니라구.>>

<<아니, 저런 간상배를 그대루 놔둬서 씁니까?>>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해야지요.>>

황준덕이는 공연히 속이 뜨끔하였다. 사촌아우 황준복이가 혹시 이 일에 무슨 관련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걷잡을수없이 일어났던것이다.

약삭바른 안주인이 얼른 술을 새판으로 받아다가 깨여진 흥을 다시 돋우며 모꼬지를 겨우 마치기는 하였으나 황준덕이는 바늘방석에 앉은것처럼 시종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때 사건의 장본인인 황준복이도 또 제나름으로 곡경을 치르고있었다. 한창 경사스러운중에 마(魔)가 든것이였다. 따로 상좌에 둘러앉아 대접을 받던 점잖은 로인들 틈에서 상서롭지 못한 말소리-언짢은 말소리가 들려올 때 뒤가 워낙 흐리터분한 황준복이는 송구스러워서 안절부절 못하였다. 입에 넣은 닭알부침이-반창고쪼각처럼-갑자기 맛이 없어져서 자기가 무엇을 씹고있는지 알수가 없었다.

<<여보 최유사, 이게 도대체 뭐라는 술이요?>>

<<보면 모으루? 두강주-이름난 고급술인데!>>

<<고급술? 별 기급할 놈의 고급술 다 보겠네.>>

<<에 퉤!>>

<<이거 어디서 뉘 발 씻은 물을 떠온게 아니요?>>

<<천만에!>>

<<당신두 술맛두 모르우?>>

<<왜 몰라?>>

<<알면서 우릴 이런 술을 먹인단 말이요?>>

<<술은 무슨 놈의 술! 말오줌이지!>>

<<그럴리가 없는데...>>

경사로운 환갑잔치가 술을 타박하는 소리로 파흥이 될 지경이였다. 처삼촌의 맏아들-처사촌이 재빨리 손을 써서 술을 갈아온 까닭에 일려던 풍파는 곧 가라앉았자만 황준복이와 그 안해의 마음은 편하지가 못하였다. 안해가 넌지시 보내는 원망의 눈길을 피하느라고 황준복이는 고개를 수그리고 저가락질을 하는체해야 하였다.

(공교하기는! 그놈의 두강주가 어떻게 예까지 왔누?)

황준복이는 입이 썼다. 그러나 더 입이 쓸 일은 뒤에 있었다.-이튿날 사촌형 황준덕이가 대단히 좋지 않은 얼굴을 하고 그를 찾아온것이다.

황준덕이는 그래도 기연가미연가한 마음으로 찾아왔었는데 집안에 발을 들여놓다가 버젓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서있는 신품 전기랭장고를 한눈 보자 더 의심이 붙을나위가 없게 되였다. 그러잖아도 속이 좀 떨떠름하던 판에 느닷없이 찾아온 사촌형의 기색이 전에없이 좋지 않은것을 보고 황준복이는 당황해났다.

<<아니, 형님 웬 일입니까. 어서 이리 앉으십시오.>>

제수-명수 엄마가 들어와 인사하고 나간 뒤에 황준덕이는 호주머니에서 신문 한장을 꺼내여 앞상우에 펼쳐놓았다.

<<자네 봤나 이 신문?>>

<<녜? 녜... 아직...>>

<<못 봤거든 한번 좀 보게.>>

황준복이가 얼굴을 가까이 갖다대고 들여다보았다.


모리간상배의 도량을 견결히 타격하자!


요즘 우리 주내에는 가짜약, 가짜술 따위가 대량으로 퍼져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생명을 위협하고있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마땅히...


황준복이는 오금이 저려나서 더 읽어내려갈수가 없었다.

<<뒤갈망을 해야잖겠나, 일은 이미 저질러놨으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그러구 그런 일은 나 혼자만 한것두 아닌데요.>>

<<남의 말 할것 뭐 있나? 제앞을 닦으라는데.>>

<<하지만 그게 어디 될 말입니까?>>

<<어째서? 자네가 퍼먹인것만 도루 거두어들이면 되잖겠나?>>

<<아이참 형님두!>>

<<왜?>>

<<엎지른 물을 다시 주어담으란 말씀입니까?>>

<<그럼 사회에 해독을 끼쳐놓구두 그 책임을 지지 않겠단 말인가?>>

<<그렇게 엄중하게 말씀할건 뭡니까! 하찮은 일을 가지구.>>

<<하찮아?>>

<<그럼 하찮지 뭡니까. 지금 그런 일쯤은 례상사예요, 형님은 잘 모르셔서 그렇지.>>

궁지에 빠진 사촌아우가 아마모끼로 나오는것을 보고 성미 올 곧은 황준덕이는 곧 률기를 하였다.

<<이 사람, 아무리 장사를 해먹어두 인간으루서 최저한 도덕은 있어야잖겠나?>>

<<그런 도덕 다 찾다간 돈벌이를 못한다구요 애당초.>>

이때 약삭스러운 제수가 과일쟁반을 받쳐들고 부지런히 들어왔다. 문뒤에 붙어서서 방안의 쟁론을 자초지종 다 엿들었던것이다.

<<아주버니 과일대접이나 좀 해야지. -아니, 명수 너 뭐하니? 어서 들어와 큰아버지께 인사 여쭙잖구!>>

그 바람에 막 붙으려던 불이-물을 끼얹은것처럼-꺼져버렸다.


4

<<여보, 아주버니 말씀대루 그렇게 합시다. 사람이 노상 맘을 못 놓구 어떨게 산다지요? 발편잠 좀 자봅시다 예 여보.>>

황준덕이가 하고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여 매우 언짢은 기분으로 돌아간 뒤에 안해-명수 엄마가 남편을 졸라대였다.

<<이게 정말 미치잖았나. 익은 밥을 설리란 말이야?>>

<<어제 작은아버지 환갑잔치에서 로인들이 가짜술이라구 타박할 때... 난 간이 콩알만해졌었에요.>>

<<열두폭짜리 치마를 입잖았어? 이 세상 두강주를 내가 도맡아 판것두 아닌데... 다른 놈이 한것까지 안담할건 무어 있어. 체!>>

<<그래두 뒤가 자꾸 켕기는걸 어떡해요.>>

<<걱정두 팔자지.>>

<<그렇지만 아주버니가...>>

<<아주버니 아주버니! 인제 좀 고만 거들어 그놈의 아주버니... 귀에 못이 박히겠어!>>

<<저렇다니까, 그게 당신의 흠이예요, 흠이라니까요.>>

<<잔사설 고만하구 랭장고에서 맥주나 한병 꺼내와, 청도맥주, 그러구 명수 이 녀석두 어디 갔는지... 붙들어다가 아이스크림이나 뭘 좀 먹이라구.>>

황준복이가 쏘파에 편히 앉아 쨍한 맥주거품을-게거품처럼-입에 막 물었을 때였다.

<<황씨 있소?>>

밖에서 누가 주인을 찾았다.

<<아 누구요?>>

<<나.>>

<<어서 오우. 웬 일이요? 어서 이라 와 앉소.>>

찾아온것은 황준복이의 모리간상짝패-<<삽살개>>였다.

<<여보, 손님 오셨소. 맥주 더 가져오우.>>

먼저 안해에게 소리부터 치고나서 황준복이가 <<삽살개>>를 향하고 앉았다.

<<무슨 좋은 소식이라두 좀 있소?>>

<<없으면 내가 찾아올리 있는가.>>

<<그야 그렇지. 아하하!>>

<<삽살개>>가 엿듣는 사람도 없는데 목소리를 푹 낮추어가지고 가만가만 말하였다.

<<상해시계를... 17석 손목시계를... 반값에 넘겨받을 구멍을 하나 뚫어놨는데... 어떻소, 한 100개?>>

<<반값? 100개?>>

<<응.>>

<<하오(好)!>>

황준복이의 두꺼운 손바닥과 <<삽살개>>의 얄팍한 손바닥이 또 소리를 내며 마주쳤다. 섣달 그믐께 흰떡치는 소리만큼이나 기세가 좋았다.

그다음 순서는 의례건으로-

<<자, 건배!>>

<<와하하!>>

<<우후후...>>

이들의 흥정은 언제나 이렇게 전광석화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맹수의 얼 같은 상혼(商魂)의 소유자들이였다.

저녁때 황준복이가 어린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연연한 귀바퀴에다 뽀뽀를 해주며 자애롭게 타일렀다.

<<아버지 래일 출장을 가겠는데...>>

<<출장? 몇밤?>>

<<열밤.>>

<<열밤? 그렇게 많이?>>

<<응. 그래두 곧 돌아올테니까... 그동안 장난 너무 심하게 하지말구... 엄마 말 좀 잘 듣구... 알았니? 그래야 아버지 올 때 전지루 달리는 똑딱선 사다줄테야. 알았니?>>

<<응. 전자풍금두.>>

<<그래그래... 전자풍금두.>>

이튿날 집을 나서면서 황준복이는 안해에게 또 당부하였다.

<<명수 저 녀석 좀 잘 보살피우. 어째 손이 좀 따끈따끈한것 같더라니. 병원에 한번 데려다보이든가.>>

<<그건 념려 마세요.>>

<<그럼 난 가우.>>

<<조심하세요.>>

<<아.>>

황준복이가 반값에 사들인 17석 상해시계-간상들이 불합격품을 주어모아다 조립한 가짜시계-를 싼값에 퍼먹이느라고 한 열흘 분주히 돌아쳤다. 호주머니가 탁탁해짐에 따라 마음도 흐뭇해졌다.

(돈이 없으면 적막강산이요. 돈이 있으면 금수강산이라니까. 하하!)

(돈이 제갈량이거든. 돈이 많으면 두억시니두 부린단 말이야. 하하!)

황준복이가-승리적으로-귀로에 올랐다. 그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네편네보다 아들이 더 보고싶었다. 훨씬 더, 몇갑절 더 보고싶었다. 귀여운 아들, 사랑하는 아들이 좋아서 손벽을 치며 날뛰는것을 보려고 뻐스를 내리는 길로 우선 먼저 백화점부터 찾아들어갔다.

똑딱선을 샀다. 전자풍금을 샀다. 쵸콜레트도 사고 크림빵도 샀다. 한아름 안고 코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웬 일이냐. 집에 자물쇠가 잡겼으니? 집안은-나간 놈의 집 같이-괴괴하다. 영문을 몰라서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대답이 없을것을 짐작하면서도 불러보았다.

<<명수야 명수야, 나 왔다 아버지 왔다!>>

<<어서 나와 이거 받아라 명수야, 똑딱선.>>

집안에서는 아무도 대꾸를 하는 사람이 없는데 그 소리를 이웃집에서 듣고 얼굴이 해사한 오십줄의 아주머니 한분이 쫓아나왔다.

<<아이고, 명수 아버지 돌아왔구려... 이걸 어쩌누!>>

<<아주머니, 우리 집에선 다 어데를 갔습니까?>>

<<그동안 어째 그렇게 소식이 없었소. 어디 간데를 알아야 찾지!>>

<<저를 찾았습니까? 무슨 일루?>>

<<아직 아무것두 모르는구먼. 명수가 글쎄... 명수가 잘못됐다구요.>>

<<명수가 잘못돼요? 아니, 어떻게요?>>

<<아이고 이 량반! 그 어린것이... 저세상으루 갔다오, 아버지 얼굴도 못 보구.>>

황준복이가 가슴에 안고있던, 아들을 주려던 선물들이 콩크리트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

<<아주머니, 대관절 어떻게 됐습니까? 지금 어디들 있습니까?>>

오열과 신음이 뒤섞인 목소리로 황준복이가 부르짖었다.

<<걔 큰아버지가 알구 쏜살루 쫓아와서 구급차에다 싣구 병원에를 달려갔지요. 달려는 갔지만 아이가 워낙 무엇해놔서 고만...>>

<<도대체 무슨 병을 어떻게 알았기에 구급두 못했단 말입니까?>>

<<병은 무슨 병이라나... 대단찮은 병이였지만... 걔 엄마가 모르구 사다 먹인 약이... 가짜약이였더라구, 가짜약! 그런 몹쓸 놈들이 어디 있겠소 글쎄. 돈벌이에 눈들이 뒤집혀서... 하늘두 무섭잖은가!>>

황준복이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것만 같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신없이 병원에를 달려와보니, 아이가 숨을 거두는통에 충격을 받고 실신한 안해가 입원을 하였는데 울어서 눈이 부은 사촌형수가 그 침대옆에 지켜앉아있었다. 황준복이는 얼굴이 백지장같이 창백한 안해를 한번 들여다보고 곧 사촌형-황준덕이를 따라 태평간-시체실로 내려왔다. 떨리는 손으로 홑이불을 떠 들고 어린 천사의 생기없이 고요한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주먹쥔 손등으로 걷잡을수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닦았다.

밖으로 나왔다, 포르말린냄새가 자옥한 시체실에 사랑하는 아들을 남겨두고. 웅장하게 치솟은 느티나무밑에까지 와서 황준복이는 사촌형-황준덕이의 어깨를 그러안고 사나이의 울음을 터뜨렸다.

<<형님, 내가... 내가... 죄를 받았습니다! 죄를 받았다구요. 천벌을 받았단 말씀이예요, 형님!>>

그러나, 최고도로 발전한 현대의학으로도 고칠수 없는 난치의 열병-돈이라는 괴물을 보기만 하면 대번에 리성을 잃고 미쳐날뛰는 무서운 열병-은... 이 땅들에서 계속 만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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