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만화방 13

제주소설가 | 2019.10.19 19:23:27 댓글: 2 조회: 475 추천: 3
분류연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4002280

해수욕장 만화방 13

아주 뿌리고 다녔네.”

민희가 입을 삐쭉 내밀며 한마디 했다.

뭘 뿌리고 다녀?”

아니 질질 흘리고 다닌 건가

무슨 소리야? 뭘 뿌리고 뭘 흘려?”

뭐긴 뭐야? 오빠가 여자들한테 정을 흘리고 다녔단 이야기지.”

! . 내가 정이 많긴 하지. 크크........”

웃지 마! .”

민희가 눈을 치켜뜨며 날 노려본다. 처음 보는 민희의 그 눈빛 왠지 서늘하다.

! 민희가 그렇게 신경 쓰는 줄 몰랐네. 그냥 후배인데.”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민희의 새로운 면을 보는 것 같아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서늘하다 못해 차가운 한기가 뚝뚝 떨어진다. 그런 민희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영이가 음식을 내오며 한마디 했다.

결혼할 상대면 아직은 결혼을 하신 것은 아니죠?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라는 것인지. 나는 그 뜻을 몰라 아무렇지 않게 듣고 흘렸는데 민희가 발끈해서 한마디 했다.

오빠는 그냥 후배라는데 너무 들이대지 말아요.”

그 한마디를 던지고 민희가 지영이를 바라보는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지 지영이가 입을 다물고 슬금슬금 물러나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바로 그때

오셨습니까?”

건장한 청년들 3명이 식당으로 들어서다가 차렷 자세로 민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 밥 먹으러 왔어?”

민희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마치 지영이 들으라는 듯.

! 형님!”

3명의 청년들이 동시에 외친 그 한마디가 내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형님이라니? 그렇다면 민희가 그들 우두머리란 뜻인가? 아니면 민희 아빠를 모시던 버릇 때문인가. 헌데 그 충격보다 더 큰 충격은 민희 입에서 나왔다.

이 새끼들이. 그런 호칭 쓰지 말라는데........ 뒈질래?”

민희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에 3명의 청년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나를 바라본다. 마치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민희 왜 그래? 인사하는 청년들에게?”

나는 청년들 눈빛을 외면 못해서 한마디 했다.

얼른 앉아서 밥 먹고 가.”

민희가 청년들에게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청년들은 고개를 꾸뻑 거리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그때부터 민희는 단 한마디도 안하고 부지런히 만두만 먹었다. 얼마나 빨리 먹는지 내가 막국수를 반 그릇 정도 먹었을 때 민희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막국수를 다 먹지도 못하고 일어나 민희 뒤를 따라 나갔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의 민희는 단 한마디도 없이 난폭하게 차를 몰아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만화방 냉장고에서 냉수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더니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좀 쉬면 진정되겠지 하는 생각에 민희를 놔두고 나는 해수욕장 백사장으로 나와 천천히 걷고 있었다.

. .

콩알 만 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니 검은 먹구름이 가득 몰려오고 있었다.

내 마음과 같네. 저 하늘이........ 왠지 내게도 저렇게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지영이다.

그 여자 누구에요? 엄청 무서워 보여요.”

지영이 메시지는 그렇게 민희에 대해 물었다.

나도 아직 모르겠다.”

나는 솔직히 민희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지영이 에게 그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수요일에 j콘서트 같이 가요. 제게 표가 두 장 있어요.”

지영이 메시지는 그렇게 왔지만 나는 선뜻 답을 보내지 못했다.

오빠!.”

그때 뒤에서 그녀의 향기가 내 코끝을 스치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뒤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반가운 눈빛만 보냈을 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민희 말이야. 조심해야 돼.”

그녀의 입에서 민희 이야기가 나왔다. 어쩌면 민희 이야기를 해주러 나에게 온 모양 같았다.

민희가 왜?”

나도 민희에 대해서 몹시 궁금했기에 그녀를 데리고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해수욕장이라 커피숍이 한발 건너 하나씩 늘어서 있었다.

오빠 난 블랙커피.”

그녀가 물어보기도 전에 말했다.

여기 블랙커피 두잔 주세요.”

나는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그녀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장을 안한 그녀 얼굴이지만 자세히 보면 참 매력적으로 생겼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민희에 대해선 자세히 말은 할 수 없고. 간단하게 말하면 무서워. 그러니 조심해.”

그녀가 말했다.

? 왜 자세히 알려줄 수 없어?”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 그건......... 아무튼 자세히는........ 아무튼........ 아무튼 조심하란 말밖에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뭔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야지.”

그보다 우리 이야기 해. 오빠 많이 보고 싶었어.”

나를? 희숙이가?”

! 그럼.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여건이 안돼서........”

그녀가 나를 보고 싶어 했다니 내 가슴은 갑자기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얼른 달려들어 덥석 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도 희숙이 찾으러 이곳까지 왔는데....... 아기가 있어서 이미 결혼을 한 줄 알고 있었지.”

나에대한 이야기는 다 진실이 아니야. 언니 아기를 봐주다보니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더라고. 뭐라더라. 내가 애인과 동거를 하다가 헤어졌다느니. 애인을 몇 번 사귀었다느니. 오빤 나를 믿지? 나 아직 다른 애인 없었고 오빠만 보고 싶어 했고. 동거 했다는 말 다 헛소문이야. 날 믿지?”

그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 새롭게 보이긴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것을.

그래. 나도 희숙이 생각만 하고 지냈어. 왜 희숙이 모습이 내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지. 그 오랜 세월을.......”

오빠. 사랑해.”

그녀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무척 수줍은 모습으로. 그러나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민희와 사랑의 약속을 했고. 동거를 시작한 사이었으니까. 이 시점에서 아무리 내가 그렇게 찾던 그녀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어도 이미 늦은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도 민희에게도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 세월을 찾아오고 싶어 했고 듣고 싶어 했던 그녀의 사랑한다는 말. 나는 들은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다행이네. 그년의 말에 장단 맞춰주지 않아서.”

내 핸드폰으로 민희의 등골 서늘한 메시지가 그 순간에 날아왔다. 어디서 듣고 있었던 것인가. 분명 민희는 만화방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언제 나와서 우리 이야기를 들었을까.

나는 서둘러 그녀와 헤어져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

만화방에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가득했다.

자기 왔어? 내가 된장찌개 끓였어. 나 때문에 점심 못 먹었지? 여기 앉아. 내가 맛있는 점심 차려줄게.”

딴사람 같은 민희가 내 앞에서 상큼하게 웃고 말하고 있었다. 제 모습으로 돌아 온 것인가?

. 그래. 알았어.”

난 민희 눈치를 보며 의자에 앉았다.

자기야 미안해. 내가 자기를 너무 사랑하니깐 그런 것이라 생각해줘 응?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 알았지?”

민희가 내 어께를 손바닥으로 토닥이며 말을 하는데 어제 같으면 참 민희가 사랑스럽다 생각했을 것인데. 오늘은 낯설고 등줄기에 서늘한 한기가 흘렀다.


추천 (3) 비추 (0) 선물 (0명)
IP: ♡.188.♡.227
사나이텅빈가슴 (♡.143.♡.161) - 2019/10/20 06:34:55

서서히 반전이 시작되네요~!

서초 (♡.2.♡.162) - 2019/10/21 15:48:35

잘 봤습니다. 다음집 기대합니다.

22,482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제주소설가
2019-11-12
3
76
제주소설가
2019-11-08
2
328
제주소설가
2019-11-02
2
358
제주소설가
2019-10-26
2
402
제주소설가
2019-10-21
3
436
제주소설가
2019-10-19
3
475
제주소설가
2019-10-16
1
495
제주소설가
2019-10-09
2
478
제주소설가
2019-10-01
2
589
제주소설가
2019-09-26
4
643
제주소설가
2019-09-22
3
599
제주소설가
2019-09-18
2
550
제주소설가
2019-09-06
2
574
제주소설가
2019-09-05
2
348
제주소설가
2019-08-29
3
637
제주소설가
2019-08-29
3
487
제주소설가
2019-07-19
2
616
제주소설가
2019-07-19
1
662
제주소설가
2019-07-19
0
505
고소이
2019-06-30
2
458
개미남
2019-06-21
0
428
개미남
2019-06-21
0
330
개미남
2019-06-21
0
286
개미남
2019-06-21
0
248
개미남
2019-06-21
0
283
개미남
2019-06-20
0
228
개미남
2019-06-20
0
202
개미남
2019-06-20
0
188
개미남
2019-06-20
0
191
개미남
2019-06-20
0
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