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 만화방6

제주소설가 | 2019.09.06 10:29:20 댓글: 1 조회: 335 추천: 2
분류연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86408

해수욕장 만화방

. .

다시 시작한 불꽃놀이. 그 요란한 소리에 내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그녀도 어둠속으로 묻혀버렸다.

. .

해수욕장 운영하는 단체에서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로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는 오랫동안 계속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아침.

나는 택시를 타고 제주 시내로 향했다. 어제 중고사이트에 올라온 코란도 스포츠를 구입하려고 주인을 만나 차량도 보고 별 이상 없으면 바로 구입해서 가져오려는 것이다.

차량 등록소에 무슨 일로 가십니까?”

한림지역을 막 지나면서 택시기사가 내게 물었다.

중고차 하나 사려고 갑니다. 차주분과 만나기로 해서요.”

나는 무심코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딘지 어수선해 보이는 택시 기사는 순간부터 태도가 변하고 있었다.

내 택시 바꾸려고 하는데 이거 어떠십니까?”

택시 기사는 자신의 차를 사라고 하는 것인데. 분명 택시회사 소속임을 써서 딱 붙여있는데 그걸 팔겠다니. 난 어이가 없었다.

. 아닙니다. 전 픽업이 필요해서요.”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이차 이래 뵈도 길을 잘 들여놔서 잘 나갑니다. 그러지 말고 어디 가서 이야기 좀 할까요?”

아닙니다. 그냥 코란도 스포츠 구입할겁니다.”

나는 다시 거절했다.

헌데 이상했다. 분명 내가 아는 길인데. 일주도로로 쭉 가면 될 것을 갑자기 택시가 다른 길로 들어섰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내가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여기서 산 쪽으로 조금 가면 보신탕집이 있는데 참 잘합니다. 한 그릇 드시고 가시지요.”

아니요. 그냥 바로 차량 등록소로 갑시다. 시간 약속이 돼 있어서 안 됩니다.

택시기사는 내 의견도 무시한 채 택시를 외딴 골목으로 몰기 시작했다.

왠지 어수선해지는 택시기사의 모습에서 올바른 정신을 가진 기사가 아니란 것을 눈치 챈 나는 얼른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했다. 이거 중고차를 구입한다고 하니까 내 주머니에 돈이 있는 줄 알고 범행을 저지르려는 모양인데 돈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줘야 할 것 같았다.

현금도 안 들고 달랑 카드만 들고 왔는데 보신탕은 나중에 제가 사드리죠. 이런 시골에서 현금 없으면 아무것도 못 먹습니다.”

내가 한 말이 효과가 있었다.

중고차도 카드로 구입하시려고요?”

. 요즘 수입도 없어서 6개월 할부로 사려고요.”

코란도 스포츠 얼마짜리에요?”

! 1백만 원에 나왔더군요.”

내가 그 말을 마치자 택시기사는 몹시 실망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입술을 실룩이며 급하게 택시를 돌려 다시 일주도로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휴우......... 개 농장까지 끌려가서 죽을 뻔 했네.”

난 속으로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중고 코란도 스포츠를 구입해 등록까지 마치고 이미 폐차 직전의 고물 차량인지라 소음부터 요란한 걸 끌고 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가 막 넘어서였다.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다니느라 허기지고 힘들어서 만화방에 들어서자마자 요리를 시작했다.

흑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한입크기로 썰어 넣고 위스키 조금 떨어뜨려 볶다가 양파와 피망을 썰어 넣고 다시 볶아서 소금과 후추를 넣고 매운 청량고춧가루를 넣어 맵게 만들었다.

보온밥통에 있던 밥을 떠서 밑반찬으로 김치와 멍게 젓을 꺼내놓고 먹었다.

!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서 따라와 봤더니.”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혜미가 손에 커피를 들고 만화방으로 들어서며 한마디 한다.

어서 와요. 가계는 어쩌고 여길?”

다방 문을 열어놓을 시간인데 이곳에 온 혜미를 보고 내가 반기며 물었다.

식사 중이신 것 같아서 커피 배달 왔어요. 호호.........”

혜미가 너스레를 떨며 손에 들고 온 커피를 내게 건넨다. 분명 아이스커피인데 이미 30%는 없어진 상태이며 흰색 빨대에 혜미 입술에서 묻은 붉은 색이 선명히 찍혀 있는 상태였다.

! 고마워요. 나는 커피 잔을 받아 빨대에 입을 대고 쭉 한 모금 빨았다.

! 요거 어떻게 만들어요? 맛있네.”

혜미는 내가 먹던 돼지고기 볶음을 한 점 먹어보고 한마디 하더니 다시 먹기 시작한다. 분명 내가 먹던 수저와 젓가락을 그대로 들고. 내가 먹던 음식을 먹는 혜미 모습에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커피가 참 담백하고 맛있네요. 이런 커피는 직접 만드신 거죠?”

괜한 인사치례가 아니었다. 커피는 정말 맛있었다.

제 얼굴보고 손님들이 오겠어요? 다 커피가 맛있어서 오시는 거죠. 빵과 비스킷도 맛있다고들 하시죠. 아참! 담배는 안 피우시죠?”

혜미가 음식을 먹던 손을 잠시 멈추고 나를 처다 보며 물었다.

. 술 담배는 안합니다.”

호오! 요즘에 그런 남자를 보고 보석이라고 해요. 드문데........ 여기 있었네요. 호호..........”

혜미는 웃으며 한마디 하더니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나도 하루 종일 굶고 다녔는데 혜미도 굶고 다닌 모양이다.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라 혜미 앞에 놓고 밑반찬도 몇 개 더 꺼내놓고 밥도 한 공기 떠서 혜미 앞에 놓았다.

담배연기에 찌들려 있다 보니 밥맛이 없어서 굶었어요. 잘 먹을게요.”

가계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요. 담배는 나가서 피우도록.”

그럼 손님이 안 올 텐데........”

아니요. 더 올 겁니다. 가족단위 손님들도 올 수 있고요.”

그럴 지도....... 하지만 제 힘으론 어려워요. 민희가 도와주면 모를까. 둘이 애인사이라면서요? 부탁 좀 해주실래요?”

애인사이는 뭐........ 누가 그런 소문을? 그리고 남의 가계도 폭력배들이 맘대로 해요?”

당연한 것 아니에요? 가계에 앉아서 뻑뻑. 담배 피우며 시간 보내는 놈들 다 그놈들이에요. 그보다 정말 민희랑 애인사이 아니에요?”

. 그냥 친구 하기로 했는데.......”

! 그럼 나랑 애인사이 하실래요? ! 아니다. 누굴 찾아 오셨다고 했지. 그 아가씨는 찾았나요?”

! 찾긴 찾았는데........”

찾았어요? 그런데 왜요?”

이미 결혼을 했나 봐요. 아기도 있고.”

아기까지? 저런........”

혜미가 음식 먹던 행동을 멈추고 벌떡 일어서서 내게 다가온다.

“........!”

혜미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럼 우리 오늘 1일 해요. 애인으로.”

혜미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 두 눈을 직시하며 내 대답을 바라고 있었다.

이미 우린 키스도 했잖아요.”

키스요? 언제?”

방금요. 당신 입술에 내 입술자국이 묻어 있거든요. 호호........”

! 커피에 있던 그 빨대. 그거요. 그게 무슨 키스.”

아니면 이렇게 하면 되죠.”

혜미가 갑자기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왔다. 방금 전까지 먹었던 음식 냄새는 어디가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 입에서 났다. 혜미는 곧 키스를 멈추고 내 귀에다 한마디 속삭였다.

오늘부터 1일이에요. 그리고 그날 택시에서 제 베개 해주셔서 고마워요. 오빠. 밤에 올게요. 호호.........”

혜미는 도망치듯 만화방에서 뛰어나갔다.

으이그........ 그럼 그날 택시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그럼 고의적으로 내 거기를 만졌다고. 으이그.......”

혜미가 도망치듯 뛰어나간 행동이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택시에서 잠든 척 하며 잔뜩 딱딱해진 내 그것을 움켜쥐기까지 한 행동이 고의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당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혜미가 먹던 음식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저기........”

그릇을 다 치운 후 물을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가계 문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머리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의 귀여운 모습의 아가씨. 얼굴이 얼마나 햇빛에 노출됐으면 마치 흑인을 연상케 할 정도로 검게 그을었다.

돈도 안 되는 거 참. 지꺼지게 [즐겁게. 라는 제주도 방언] 삽니다. 만화책 한권 보는데 얼마우꽈? [얼마입니까? 라는 제주도 방언]”

아가씨는 제주도 토박이인 모양이다. 제주도 젊은 사람들도 이젠 사투리를 쓰지 않는데 이 아가씨 입에선 사투리가 튀어 나왔다.

네 한권에 500원씩 받습니다.”

빌려가는 것도요?”

네 같습니다. 만 기간은 3일까지만 입니다.”

아가씨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만화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호오........”

이 아가씨에게서도 그녀의 향기가 난다. 더욱 짙은 향기가. 어딘지 모르게 조금 틀린 그런 향기가.

아저씨 전화번호 뭐에요?”

만화책을 다 고른 아가씨가 대끔 내게 전화번호를 묻는다.

전화번호는 무슨 일로?”

책을 보다가 질문이 있으면 전화하려고요.”

질문이요?”

요즘 신간들이 많이 없어서요. 언제 신간이 들어오나 그런 질문이요.”

. . 제 번호는 010-4823-0000입니다.”

나는 내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줬다.

제 이름은 신 주영이에요. 전화번호는 010-6736-0000입니다. 주소는 협재리 이장 집을 찾으면 돼요.”

주영은 시리즈로 나온 신간 5권을 빌려가지고 갔다. 헌데 이장네 집이라니. 그럼 이장님 딸인가. 이곳 이장님은 분명 고씨라고 했는데.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믿고 놔두기로 했다.

“.........!”

헌데 탁자를 정리하려던 내 눈에 지갑이 보였다. 분명 아까는 없던 지갑이다. 방금 만화책을 빌려간 주영이 놔두고 간 모양이다. 나는 얼른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주영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주영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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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2.♡.162) - 2019/09/07 17:24:04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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