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30)

개미남 | 2019.06.13 10:06:29 댓글: 3 조회: 211 추천: 1
분류추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36026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5.

하기무라가 문제의 가게까지 더듬어 가게 된 것은 마보리 해안에서 수상한 도난 차량이 발견된 지 정확히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그 가게는 요코하마 사쿠라기초에 있었다. 하지만 역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바로 곁으로는 오오카가와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가게는 이층 목조 건물로 그중 일층이 점포였다. 가게 앞면이 온통 유리였지만, 안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포스터가 빈틈없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품 광고 때문이 아니라 안에 있는 손님을 바깥에서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런 가게에서는 성인 비디오가 목적인 손님들을 특히 잘 모시지 않고서는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
가게 이름은 <굿 소프트>라고 되어 있었다. DVD를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매입도 하는 모양이었다. 고가 매매라는 광고 종이쪽이 간판 바로 밑에 붙어 있었다.
하기무라가 찾아갔을 때, 그 이외에 다른 손님은 없었다. 가게 안에는 중고 DVD 외에도 CD며 사진집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역시 중심은 성인물 관련 제품이어서 매장 면적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는 보기도 힘든 VHS 테이프까지 있었다. 그런 것들은 명백히 복제품이었다. 아마 DVD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점원은 쓰지모토라는 젊은 남자였다. 안색이 좋지 않고 비쩍 말랐다. 하기무라가 가게 안에 들어갔지만, 어서 오시라는 인사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수첩을 내보이자 그 즉시 벌벌 기기 시작했다. 고양이처럼 구부정하던 등짝까지 바짝 세우고 있었다.
하기무라가 내놓은 세 장의 DVD를 보았을 때, 쓰지모토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그 DVD들은 도난 차량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쓰지모토는 처음에 이런 물건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하기무라가 잠깐 을러대는 말투로 캐물었더니 금세 우리 가게의 상품이라고 무거워 보이는 입을 열었다. 케이스에 붙어 있는 가격 딱지가 이 가게에서 2년 전쯤까지 사용했던 라벨이라는 것이었다.
하기무라는 쾌재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DVD의 출처를 알아낸 것이다.
처음에 왜 거짓말을 했느냐고 하기무라가 물었다. 쓰지모토는 어리바리하게 실실 웃으며 겸연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이거. 도둑맞은 거예요. 아마."
"도둑맞은 거? 언제?"
"열흘쯤 전이던가?" 쓰지모토는 벽에 붙어 있는 달력을 쳐다보았다. "내가 가게에 나왔더니 금전등록기에 손을 댄 흔적이 있더라고요. 여기저기 뭔가 뒤지고 다닌 느낌이고. 그래서 도둑이 들었다는 걸 금방 알았어요."
쓰지모토는 가미오오카에 사는데,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가게를 지키는 모양이었다. 따라서 심야에는 이 가게에 아무도 없게 된다.
"도난 신고는 했어?"
하기무라의 물음에 쓰지모토는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사장이, 귀찮으니까 신고는 안 해도 된다고 해서."
"사장이라니?"
쓰지모토는 계산대 서랍을 열고 한 장의 명함을 꺼내왔다. 우에다 시게오라는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또 다른 장소에서 리사이클 숍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쓰지모토의 외삼촌에 해당되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쓰지모토의 말로는, 우에다가 항상 폐점 때쯤에 나와서 그날의 매상을 모조리 회수해간다고 했다. 물건을 매입했을 경우에는 어떤 상품을 얼마에 샀는지 쓰지모토가 우에다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나를 믿지 않아요. 그래서 여윳돈이라고는 절대로 놔두는 법이 없어요. 그 도둑놈도 진짜 실망했을 겁니다. 금전등록기에 단돈 1엔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상품을 매입할 때 현금이 없으면 곤란하잖아?"
"내가 5만 엔씩 갖고 있어요. 매입했을 경우에는 그걸로 손님에게 값을 치러요. 그리고 나중에 사장이 다시 그만큼 보충해주는 거예요."
"그렇군. 그 5만 엔은 도둑맞지 않았어?"
"그깟 돈이야 항상 내 지갑에 넣어두지요. 겨우 5만 엔인데 금전등록기에 넣어봤자 별 볼일도 없거든요. 근데 그랬던 게 천만다행이었어요. 만일 그 돈을 도둑맞았다면 사장 하는 꼴로 봐서는 틀림없이 나한테 물어내라고 했을걸요?"
하기무라는 대답 대신 한쪽 볼에만 웃음을 지었다. 그 5만 엔이 지금도 쓰지모토의 지갑 속에 있는지 어떤지, 아무래도 미심쩍다고 생각했다. 임시방편으로 자신이 쓱싹 써버린 뒤에 나중에 서둘러 장부를 맞춰두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DVD를 도둑맞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 하기무라가 물었다.
"뭐, 대충요. 하지만 어차피 팔릴 가망도 없는 상품들이예요. 사장은 처분하는 수고가 줄어서 좋다고 하던데요?"
하기무라는 갖고 있던 DVD에 시선을 떨구었다.
"이건 어디에 있었지? 2년 전 가격 딱지가 붙어 있는 걸 보면 매장에는 진열을 안 했다는 건가?"
쓰지모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엄지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이층에 있었어요. 그 도둑놈, 이층 창문으로 들어온 모양이예요."
"이층? 잠깐 보여줄 수 있을까?"
쓰지모토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듯이 입가가 축 처졌다.
"내 맘대로 보여줬다가 나중에 사장한테 잔소리 들을 텐데요."
"도난 신고도 안 하고, 원래 이 댁 사장님은 경찰에게 한소리 들을 판이야. 자네가 그걸 구해주는 셈이라고. 경찰 수사에는 최대한 협력할 것. 자네도 잘 알지?"
"‥‥‥그렇다면 뭐, 괜찮겠죠." 쓰지모토는 안쪽으로 걸어가려다가 곧바로 멈춰 서서 돌아보았다. "그 DVD, 어디서 나왔어요? 지금 이건 무슨 수사예요?"
"완전히 다른 사건을 수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어. 그러니 아마 자네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을 거야. 따라서 자네가 상세한 것까지 알 필요도 없는 거고. 우리도 가르쳐줄 수가 없어. 미안하지만."
"예에‥‥‥. 뭐, 나하고 관계없는 일이라면 괜찮네요."
가게 안쪽에 문이 있고, 그 문을 열자 곧바로 계단이었다. 이상하게도 만들었네. 라고 하기무라는 중얼거렸다.
"전에는 식당이었대요." 계단을 올라가며 쓰지모토가 말했다. "그 식당의 조리실 같은 걸 죄다 떼어내고 지금처럼 매장 하나로 만들다보니까 여기저기 이상한 데가 생겼다고 사장이 그랬어요."
"식당? 어떤 식당이었지?"
"글쎄. 그것까지는 나도 모르는데요?" 쓰지모토는 고개를 외로 꼬았다.
설마 양식당? 이라는 생각이 하기무라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그것을 지워버렸다. 모든 일을 <아리아케>쪽과 연결해버리는 건 선입견의 지배를 받는 탓이라고 스스로 반성했다. 이 가게가 14년 전의 강도 살인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현재 이 가게는 양식당은 물론이고 식당도 아닌 것이다.
이층에는 3평짜리 방 하나, 그리고 2평 반 정도의 방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생활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DVD며 비디오테이프를 채워넣은 종이박스가 방바닥을 완전히 감춰버릴 만큼 첩첩 쌓여 있었다. 박스들은 하나같이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아무래도 일단 이곳에 실려 온 상품은 두 번 다시 햇빛을 못 보는 모양이었다.
"전에는 재고떨이 세일 같은 것도 했는데, 별로 팔리지도 않고 손만 많이 가서 요새는 안 해요. 그러니 박스가 자꾸 늘어나기만 하죠. 이거, 대체 어떻게 하려는지 몰라. 우리 사장." 쓰지모토가 남의 일처럼 말했다. "그 도둑놈. 기왕 가져갈 거면 죄다 쓸어갈 것이지."
"이제는 전혀 팔릴 가망이 없다는 거야?"
"안 팔리죠. 여기 있는 건 손님이 가져온 게 아니라 비디오 제작회사가 도산했다든가 대여점이 망했다든가, 그럴 때마다 사장이 헐값으로 사들인 게 대부분이에요. 성인물이라면 그래도 어떻게든 써먹겠지만, 화질이 엉망인 명작이라든가 화질은 괜찮은데 저예산의 C급 영화같은 걸 돈 내고 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장은 도무지 내용을 보지도 않고 교육용 비디오라느니, 심하면 회사 안내 비디오까지 마구잡이로 들여놨다니까요."
하기무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옆의 박스 하나를 들여다보았다. 맨 위에 있는 것은 다이어트를 위한 체조를 가르쳐주는 비디오였다.
"내가 아까 자네에게 보여준 DVD는 어디쯤에 있었지?"
"그건 모르죠. 하지만 성인물이라면 아마 벽장 속에 있었을 거예요."
그 벽장 쪽으로 들어가려는 쓰지모토를 하기무라는 아, 잠깐. 이라고 제지했다.
"도난당한 뒤에 이 방의 물건에 손을 댔었나?"
쓰지모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유리창만 수리했어요. 수리라고 해봐야 겨우 저 꼴이지만."
하기무라는 창을 보았다. 창문 중간의 잠금 고리 근처가 둥그렇게 깨어져 있었다. 현재는 거기에 플라스틱 판을 대고 비닐테이프로 붙여놓았다.
"재대로 수리를 안 하면 또 도둑이 들 거라고 사장한테 말은 했는데, 영."
"외부에서 이 창문까지 올라올 수 있을까?"
"글쎄요. 하지만 뒤쪽이 골목길이니까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사실이죠."
하기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꼈다. 최대한 주위의 물건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벽장 앞까지 들어갔다. 벽장은 문이 열린 채였다. 아래 칸에는 역시 박스가 가득했다. 위 칸도 비슷한 상태였지만, 먼지가 없는 부분이 네모난 모양으로 남아 있었다. 바로 최근까지 거기에 박스가 놓여 있었던 듯했다. 그걸 쓰지모토에게 말해보았다.
"그렇죠? 지금 형사님 발밑에 있는 박스가 거기 있었을 거예요. 아까 보여주신 DVD는 그 박스에 들어 있었던 거 같아요."
하기무라는 발밑을 보았다. 빈 귤 박스가 놓여 있었다. 도난 차량에 있던 DVD를 모두 채워넣는다면 마침 이 박스를 가득 채울 만큼의 양이 될 것 같았다.
"왜 이 박스 속만 훔쳐갔지?" 하기무라가 중얼거렸다.
"성인물이라서 훔쳐간 거 아닐까요?"
"하지만 그런 거라면 다른 데도 많잖아." 벽장에는 다른 박스가 몇 개나 들어 있었다. 모두 다 성인물인 듯했다.
벽장 안을 둘러보던 하기무라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하더니 딱 멈췄다. 천장 판자가 어긋나 있고 점검구가 열려 있었다.
"저건 전부터 열려 있었나?"
"어디요?"
"벽장 천장 말이야. 아, 되도록 주위 물건에는 손대지 말아줘."
쓰지모토는 신중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고개를 들이밀고 벽장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요즘 저런 데는 쳐다본 적도 없어요."
하기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시선 한쪽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들어왔다. 벽장 안 쪽이었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그것을 집어 올렸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후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장이 우에다 씨라고 했던가? 지금 바로 연락 좀 해줘."
"어휴, 사장을 부르려고요?"
"역시 도난 신고를 해주시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요?" 왠지 기가 팍 죽은 기색으로 쓰지모토는 휴대전화를 꺼내며 하기무라의 손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거 뭐예요?"
하기무라는 저도 모르게 씨익 웃고 있었다.
"자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알려주지. 이건 말이지, 뚜껑이야. 루주의 뚜껑 부분이라고."

추천 (1) 비추 (0) 선물 (0명)
IP: ♡.27.♡.161
연가99 (♡.234.♡.219) - 2019/06/13 11:48:55

오늘은 일찍 왓는데 딱 글이 올라와잇네요..
흥분해서 그냥 다 읽엇네요.ㅎㅎ
잘 보고 갑니다.
또 빨리 올려주세요 ~~
수고하시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

지평선2 (♡.234.♡.60) - 2019/06/13 16:51:07

좋은 추리소설을 올려주셔서...
덕분에 오랜만에 추리소설 잘 보고 있습니다..
또한 올려 주심에 수고 많으시리라 생각되면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이야 (♡.104.♡.190) - 2019/06/13 18:26:46

요지음 날마다 빼먹을수없는 일과네요...
재밋게 잘봣어요...
수고하셧구요...내일도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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