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해수욕장만화방 8

제주소설가 | 2019.09.22 19:17:32 댓글: 2 조회: 617 추천: 3
분류연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92925

해수욕장 만화방 8

학생들도 다 가고 만화방엔 민희와 나만 앉아있었다.

자기야!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거야. 괜찮지?”

민희가 얼굴을 약간 붉히며 말했다. 늘 당차고 자신감 넘치던 그녀가 갑자기 수줍음이라니 나는 그런 민희가 오히려 이상했다.

무슨 일이야? 얼굴을 붉히고?”

내가 농담처럼 물었다.

? 안 돼? 그것만 말해.”

안 돼.”

그녀 물음에 나는 딱 잘라 대답했다.

어째서? 자기야! 아직은 아니다. 너무 빠른 것 아니니. 그런 시답지 않은 대답 말고. 진심을 말해봐. 솔직하게.”

민희가 내 앞에 얼굴까지 맞대고 바싹 다가앉으며 묻는다. 남자 앞에서 언제나 깔끔한 자신의 모습만 보여주는 민희 습관 때문인가 학생들과 분명히 라면도 같이 먹고 김치도 같이 먹었는데 그녀 입에서 치약 냄새와 민트 향이 진하게 난다. 양치를 하고 아마도 껌까지 씹은 모양이다.

자긴 내가 싫어?”

민희가 더 바싹 다가앉으며 묻는다. 하지만 난 어떤 대답을 해야 할 지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지. 아니야. 그렇게 물으면 네가 좋은데 내가 자격이 없다느니.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됐다느니. 그런 tv드라마에서 나오는 흔한 대답이 나올 것이니 다른 방법으로 물을게. 나랑 3일만 같이 살아보고 결정하자. 오늘밤부터. 알았지? 싫다. 아니다. 그런 말은 하지 말고 그냥 시작해. 지금부터 당장.”

민희가 내 두 눈에 자신의 눈을 가까이 고정시키며 말했다.

? 갑자기?”

내가 처음으로 반문을 했다.

갑자기가 아니야. 애인하기로 했잖아. 그리고 음....... 오늘 아니면 늦을 것 같아. 그러니 오늘부터 여기서 같이 지내자. 3일만 지내고 그때 자기. 또는 나.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싫어지면 그만두는 것으로. 좋지?”

민희는 내가 생각해도 무척 서두르는 느낌이다. 성격이 대범하고 화끈한 면도 있지만 지금은 민희 답지 않게 많이 조급해하고 있었다.

....... 좋다.”

나는 민희의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민희는 내 대답이 떨어지자 얼른 내 입술에 키스를 하고 바로 일어나 가계 문부터 닫고 욕실로 들어가며 한마디 남겼다.

나부터 씻을게.”

민희의 그 말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나는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오가며 조금 전 만났던 그녀에 대한 미안함에 지금이라도 취소하고 민희를 돌려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그녀 역시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은 상황을 고려해서 한편으론 이젠 잊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더 앞서갔다. 허나 결혼이란 것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너무도 엄격한 내 부모님의 허락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연애해서 아기라도 덜컹 낳아 버리면 가문의 체면 따지시는 부모님에게 좋은 자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가 생긴다. 그것이 내가 자라면서 부모님께 받은 교육이다. 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생각에 잠기다보니 민희가 욕실에서 나왔다.

자기야 얼른 씻어.”

민희는 그 말 한마디 남기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씻을 건 씻고. 민희와 더 대화를 나눠볼 심산이었다.

시간이 지나 샤워타올 만 걸친 채로 욕실에서 나온 나는 옷을 입으려고 방으로 들어갔다.

“.........!?”

방에 있을 것으로 생각한 민희가 보이지 않았다. 만화방에도 없고. 민희가 말도 없이 나간 모양이다. 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어두운 협재 해수욕장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었으며 비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주형! 비 오는데 왜 나와 있으시오?”

육지에서 협재리 해수욕장 바닷가에 2층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는 윤씨다. 자신의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해서 상대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돈이 많은 척 하며 남을 우습게 알고 자기 우월감에 살아가는 그런 사람 같았다. 아내와 둘이 제주도에 살려고 왔다는 그였기에 불편한 상대라도 그런 내색을 하지 못하고 항상 웃음으로 대해주고 있었다.

! 윤형! 윤형이야말로 비 오는데 왜 나와 있어요?”

내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우리 집은 바닷가라 파도소리가 심해지니까 무섭네요. 그래서 나와 봤어요. 이곳은 백사장이 있어서 바닷물이 좀 멀리 있으니까 덜 시끄럽네요.”

! 윤형 집은 바로 창가에 바닷물이 있죠? 그런 곳은 영업을 하긴 좋지만 살긴 좀 시끄럽죠. 잠자리도 그렇고.”

맞아요. 파도소리가 하루 이틀은 좋은데 그것도 스트레스네요. 숙면에 방해가 돼요. 역시 주택은 바다와 좀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어요.”

비도 오는데 그러지 말고 가계로 들어가시죠. 차라도 한잔 합시다.”

! 그럼 잠시.”

나는 윤씨를 데리고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저쪽 어둠을 뚫고 가방을 하나 들고 오는 민희 모습을 발견한 나는 평소 불편한 상대라 함께 있는 것을 꺼리는 윤씨지만 오늘은 잠시 민희의 저돌적인 행동을 늦춰줄 시간이 필요했기에 윤씨를 잠시 이용하기로 했다.

비도 맞았는데 따뜻한 보리차 한잔 드릴게요. 저녁이라 커피는 좀 그렇고.”

! 좋습니다.”

내 말에 윤씨가 얼른 동의를 했다. 보리차를 끓이는 사이 민희가 옷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입을 옷이 있어야지. 호호........ ! 안녕하세요?”

민희가 윤씨를 발견하고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윤씨가 민희 인사를 받으며 내게 묻는다. 아직 민희와 윤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 같았다.

그게........ ........”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하나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못 소개를 하면 민희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친구라 하기엔 옷가방을 들고 온 민희를 보는 윤씨가 그걸 믿어 줄 리 없고.

우린 부부에요. 제 남편이고 전 아내입니다.”

민희가 얼른 그렇게 말을 하더니 쑥스러움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여 윤씨에게 인사를 하고 방으로 얼른 들어가 버렸다.

! 주형! 결혼을 하셨군요? 총각인줄 알았는데. 아무튼 부인께서 미인이십니다. 부인께선 이 동네 분인 모양이죠?”

윤씨가 겉치레 말을 하며 묻는다.

. 그렇습니다. 자 보리차가 끓었네요. 한잔 하시죠.”

나는 보리차를 한잔 따라 윤씨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주형은 여기서 살려고 오셨지요?”

윤씨가 보리차를 받아 들며 물었다.

. 그렇습니다.”

! 그럼 제 집은 어때요? 조금 손보면 만화방으로 적합할 텐데.”

무슨 뜻이신지?”

제 아내도 그렇고 저도 잘못 생각했어요. 제주도가 적성에 맞지 않네요. 어차피 한번 있어보려고 지은 집인데 제주도가 맘에 들지 않으니 어쩌겠어요. 그냥 싸게 드릴 테니 주형이 사시죠?”

윤씨가 있는 척 하는 말투가 늘 그랬다. 집하나 지으려면 최소 억 소리가 나야 가능하지만 그건 자신에겐 별거 아니란 투로 늘 말했다.

얼마에 파시려고요?”

방에서 들었는지 민희가 나오며 묻는다.

한 장만 받을게요.”

윤씨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한 장이라면? 일억?”

민희가 윤씨 앞 의자에 앉으며 묻는다.

. 땅값까지 15천은 들어갔는데 어차피 내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니 여기 주형에겐 싸게 드리죠. 1억만 주세요.”

윤씨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그런 말투가 윤씨의 특기다.

사실 윤씨 집은 상가 건물로는 적합한 위치에 있고. 실제 투자된 금액은 1억이 조금 넘는 것으로 안다. 비싸게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윤씨는 이곳이 싫다는 증거다. 얼른 떠나고 싶은 모양이다.

자기야. 얼른 사버려. 얼른.”

민희가 눈을 끔뻑하며 말했다. 민희가 내게 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민희 역시 그 윤씨 집이 헐값으로 내게 매매를 하겠다는 것은 안다. 그러기에 놓치지 말라는 뜻으로 보였다.

농담이 아니라면 좋습니다. 제가 사죠.”

나는 윤씨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윤씨는 거들먹거리기는 했지만 이런 문제까지 거짓으로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호! 그럼 내일 당장 계약 합시다.”

윤씨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아마도 내게 그런 돈이 있을 리 없다는 생각으로 거들먹거리려고 말을 한 모양이다. 단지 집을 팔려는 생각은 진실 같았다.

그렇게 하시지요. 내일 연락을 주십시오.”

내가 말했다.

아니요. 사람의 마음은 늘 수시로 바꾸니. 오늘 당장 합시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윤씨가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계약서 하나만 들고 여기 협재 해수욕장 만화방으로 얼른 오시오. 수수료는 드릴 것이니. 계약서 하나만 써주시오.”

윤씨가 전화를 한 곳은 아마도 가까운 복덕방인 모양이다.

우리 땅을 소개해준 복덕방 주인이요. 금방 달려올 겁니다. 자 차나 한잔 더 주시오. 복덕방 주인 올 때까지 차나 한잔 더 합시다.”

나는 윤씨의 성격도 참 화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결정도 빠르고. 진행도 거침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거들먹거리는 행동 보다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일어나 보리차 한잔을 더 윤씨에게 따라 줬다.

내가 건물을 산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을 보이던 민희는 왠지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민희 모습에 살짝 미소가 떠오르고. 급하게 달궈진 민희의 마음이 조금 식히는 시간이 되길 바랐다.

보리차를 한 잔 다 비울 즈음 협재리에 있는 복덕방 주인이 계약서를 들고 왔다. 갑자기 이뤄진 부동산 계약. 나는 그렇게 해서 제주도에 첫 건물을 구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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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2.♡.162) - 2019/09/23 15:10:17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다음집 기대합니다.

산동신사 (♡.234.♡.170) - 2019/09/29 10:32:23

수고 합니다.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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