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비밀/히가시노 게이고 (6)

개미남 | 2019.06.21 14:58:08 댓글: 0 조회: 196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41364
비밀/히가시노 게이고


두 사람만의 비밀

1.
건물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더구나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닥은 파리가 앉다가 미끄러질 정도로 반짝거렸다. 그렇군.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이 이런 곳에 사용되는 거로군. 헤이스케는 새삼스럽게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훌륭하게 지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적어도 아무도 관심 있게 보지 않는 정원이나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전위예술품 같은 조각들은 필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공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고등학생 교복을 입은 이후 처음이었다. 더구나 그때도 책을 빌리러 온 것이 아니라 시원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곳에서 입시 공부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도서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카운터가 있는 곳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카운터에는 두 명의 직원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중년 남자이고, 또 한 사람은 젊은 여자였다. 중년 남자는 전화기를 붙잡고 수화기 건너편에 있는 누군가와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우선 여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저‥‥‥ 뇌에 관한 책은 어디 있나요?"
"뇌요?"
"머리 말입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아, 뇌요.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여직원은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운터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직접 안내해주려는 것 같았다. 친절한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는 여직원의 뒤를 따라갔다.
안쪽에는 중후한 느낌을 주는 책장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어느 책장에는 베고 자기에 적당할 만큼의 두꺼운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그러나 그 책장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것이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참모습이구나. 그는 새삼스럽게 깨달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직원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쪽에 그런 책들이 많을 거예요."
"예에‥‥‥."
그곳은 아무래도 의학서 코너인지 소화기와 피부, 비뇨기 등의 관련 서적이 잘 분류되어 꽂혀 있었다. 여직원이 '이쪽'이라고 하며 가리킨 것은 뇌의학에 관한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장이었다.
다른 코너에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만은 책을 찾고 있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었다. 모습은 제각기 달라도 모두 무섭도록 머리가 좋아 보이는 남자들이었다.
그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책등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뇌 변연계와 학습에 대해서>> <<뇌호르몬>> <<뇌와 행동학>>. 어느 책을 보아도 대강의 내용조차 파악할 수 없는 책들이었다. 그래도 <<뇌로 보는 정신과 행동>>이라는 책을 빼들었다.

특별한 기능을 부여받지 못한 광대한 피질영야는, 연합성피질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전통적인 뇌과학은 여기에서 특이화된 피질영야간의 연합을 형성하고, 그 영야에서 보내는 데이터가 통합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연합성 피질에서 현재의 정보가 행동이나 기억과 통합되어, 인간은 그곳으로 인해 사고하고 결단하고 계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정엽의 연합이라는 체성 감각피질에서 보내는 정보, 즉 신체의 위치나 움직임에 대한 피부, 근육, 무릎, 관절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그는 목까지 숨이 차올라와 자신도 모르게 책을 덮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어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자 조금 전의 여직원이 이상한 눈길로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앞으로 다가갔다.
"신비한 이야기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습니까?"
"예?"
"사람들이 별로 경험하지 못한 신비한 이야기만 모아놓은 책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책을 보고 싶은데요."
"뇌의학에 관한 책을 찾는 것이 아니었나요?"
"예. 그것은 이미 다 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신비한 이야기들을 읽고 싶어서요."
여직원은 미심쩍은 눈길로 그를 쳐다보면서 귀찮은 듯이 대꾸했다.
"그런 책이라면, 아마 오락용 코너 안쪽에 있을 거예요."
"오락용 코너?"
"저쪽이에요. 저 안쪽에 미스터리 코너가 있는데, UFO라든지 그런 종류의 책들이 꽂혀 있어요."
여직원은 자리에 앉은 채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켰다. 이번에는 직접 안내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나서 그 장소로 향했다. 미스터리 코너에는 과연 그런 종류의 책들이 많이 꽂혀 있었다. 미스터리와 기괴한 현상, 뮤 대륙 같은, 텔레비전 방송의 특별 프로그램에서 자주 듣는 말들이 눈으로 뛰어 들어왔다.
책장에서 일단 한 권을 빼들었다. <<미스터리 서전>>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린 피크네트라는 저자의 이름을, 그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차례를 살펴보았지만 그가 찾고 있는 '인격의 전이'나 '영혼의 교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눈에 띈 것은 '빙의'라는 단어였다. 빙의가 실려 있는 페이지를 펼쳐보니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인류 발달의 초기단계에 부족사회가 나타나기 시작한 무렵. 망아상태에 빠져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그 상태에서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주위 사람들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에게서 다른 영혼을 느꼈다고 한다. 이것이 '빙의'의 시작이다.

말 자체는 거창하게 쓰여 있었지만 이것은 모나미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과 비슷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히 아내의 영혼이 딸의 육체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딸아이가, 아니 아내가 믿을 수 없는 고백을 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지만, 기묘한 상황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나오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계속해서 읽어 내려갔다. 지역이나 문화의 차이에 따라 빙의를 포착하는 방법이 각각 다른 것 같았다. 초기 문명에서는 빙의를 '신의 개입'이라고 간주했지만, 기원전 5세기에 이르자 포클라테스라는 사람이 '다른 육체적 질환과 마찬가지이며 신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빙의는 영혼을 빼앗긴 상태로, 그 영혼은 나쁜 악령인 경우도 있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다. 초기 기독교에서도 '성령이 달라붙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라고 포착하면서도, 빙의를 악령의 소행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어 악마를 쫓아버리는 행위가 행해지게 된다.

그곳까지 읽었을 때, 헤이스케는 예전에 본 영화 <엑소시스트>를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 모나미의 몸에 깃들어 있는 아내를, 도저히 악마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가 틀림없었다.

역사적 기록에서 가장 유명한 빙의 사건은, 1630년대 프랑스 루단에서 일어난 '수도사 집단빙의'이다. 빙의된 수도사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추악한 말이나 신을 조롱하는 말을 입에 담으면서도, 그것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또 하나의 내가 있었다.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기괴한 체험이었다."
그 이후. 빙의를 이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의 표출로 포착하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는 일단 책에서 고개를 들고 뻐근해진 목을 좌우로 비틀었다.
이중인격이라‥‥‥. 일단 이중인격으로 생각하면 과학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는 딸의 상태가 이중인격에 해당되는지 생각해보았다. 즉 아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딸의 다른 인격이 밖으로 나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점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것과 똑같은 내용이 지금 들고 있는 책에도 쓰여 있었다.

그러나 마침내, 그것만으로는 빙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바로 영매행위이다. 영매는 현실의 상태에서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모나미의 입에서 나온 몇 가지 사실들은, 도저히 그녀가 알고 있을 리 없는 것들이었다. 자신과 아내의 첫번째 데이트처럼‥‥‥. 역시 딸의 인격이 아내처럼 바뀌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아내의 인격 자체가 몸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는 계속해서 책을 넘겨보았다. 그러자 빙의의 다음 항목에 다중인격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그곳에는 심리학적 접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빙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사례들이 쓰여 있었다.

다중인격에서 가장 드라마 같은 사건은 '와트시카의 불가사의'이다. 1877년. 미국 일리노이 주 와트시카에서 루랜시 베남이라는 13세 소녀가 간질 발작을 일으키고, 그것을 계기로 루랜시는 무의식 상태로 들어가게 되었다. 망아상태에 빠지자 루랜시에게는 온갖 영혼들이 달라붙었다. '지배' 영혼은 메어리로, 1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소녀였다. 루랜시는 거의 1년 동안 메어리로 바뀌어 생활했다. 그녀는 생전의 메어리처럼 행동하면서 자신의 가족이나 집안의 관습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1년이 지나서 메어리가 천국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더니, 그 순간 루랜시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그 부분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다. 이것은 모나미의 육체에 일어난 일과 너무나도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가! 책에는 또 한 가지, 그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례가 있었다. 그 사건은 1954년 제스빌 랄 제트라는 소년의 몸에서 일어났다. 그는 천연두에 걸려 사망 판정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러나 그의 인격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거의 같은 시점에 사망했던 소년, 그것도 힌두 사회의 최고 계급인 바라문 계급의 소년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제스빌은 바라문 계급의 소년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실을 열거하곤 했는데, 그 상태가 2년 동안 계속된 다음 그의 진짜 인격이 돌아왔다고 한다.
헤이스케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알고 싶었던 것이다! 모나미의 경우와 너무나 흡사하지 않은가! 신비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사례는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상태가 얼마 동안 계속된 다음, 아내의 인격이 사라지고 딸이 소생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내의 죽음이고 딸의 소생인 것이다.
그는 피로해진 눈을 지그시 누르고 책을 덮었다. 머릿속에서는 복잡한 생각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딸의 영혼이 살아나서 진정한 그 아이로 돌아간다. 물론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때는 나오코와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것도 영원히‥‥‥.
그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제 제발 좀 그만해! 처음에는 아내를 잃어버렸다고 한탄하고 다음에는 딸을 잃어버렸다고 슬퍼했다. 그런데 언젠가는 그것이 또 뒤바뀐다니. 내가 잃어버리는 사람은 아내인가 딸인가! 그 어느 쪽이든 분명히 해달라고!'
그것을 모르는 이상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슬픔과 그것을 승화할 수 없는 허무함에 끊임없이 희롱당할 것이다.
그는 책을 원래의 자리에 꽂아놓고 주먹으로 책장을 쳤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낯익은 얼굴에 그는 황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 다에코 선생님‥‥‥. 아니, 언제부터 거기에 서 계셨나요?"
"세상에는 비슷한 사람도 다 있구나 생각해서 지금 와본 참이에요. 뭔가 열심히 조사하고 계시는 것 같더군요."
"아, 아닙니다. 조사는요‥‥‥.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특이한 책이 있기에 잠시 뒤적였을 뿐입니다."
그는 굳어진 얼굴에 미소를 떠올리며 가볍게 손을 저었다.
"그러세요?"
그녀는 힐끔 책장을 쳐다보았다. <<미스터리 사전>>을 비롯해 빼곡히 늘어선 수상쩍은 책 제목을 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이었다.
그녀‥‥‥ 하시모토 다에코는 모나미의 담임선생님이다. 나이는 20대 중반쯤 됐을까. 아내의 장례식이 있었던 날. 그는 처음으로 한 송이 수선화같이 청초한 다에코를 만났다. 그 이전에는 전화 외에는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여길?"
"저‥‥‥ 잠시 조사할 게 있어서요."
"그렇군! 선생님께서 도서관에 오시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내가 질문을 잘못했군요. 아하하하하."
어색함을 감추려는 공허한 웃음에 주위에 있던 몇 사람이 차가운 시선으로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며 입구를 가리켰다.
"잠시 저쪽으로 가시겠어요? 저쪽에는 의자가 많이 있으니까요."
"저기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단 밖으로 나가죠."
다에코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 그러죠."
도서관을 나서자마자 그는 팔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어깨의 근육을 풀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말했다.
"자주 안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왠지 긴장이 되어 어깨에 힘이 들어갔나 봐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많던데요."
"낮 시간에는 회사원처럼 보이는, 양복을 입은 남자 분들이 오셔서 낮잠을 자곤 하세요."
"그래요? 밖을 돌아다니며 영업하시는 분들은 그런 이점이 있군요."
"헤이스케 씨는 공장에서 근무하시죠?"
"그렇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대답하고 나서 그는 다에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계시죠?"
"모나미의 작문에 쓰여 있었거든요. 우리 아버지는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3주 가운데 일주일은 야간근무를 합니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일을 해야 하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분명히 그런 내용이었을 거에요."
"아! 그래요? 모나미가 그런 작문을 쓰다니."
막 사춘기에 들어섰기 때문인지 요즘 들어 딸아이는 이야기를 하려들지 않았다. 아빠의 일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제대로 돈을 벌고 용돈만 준다면 집에 없어도 상관없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 그러나 아빠의 일하는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불현듯 명치끝이 아려오고 뜨거운 것이 울컥 솟구쳤다. 그런 모나미가 지금은 없는 것이다.
도서관 안쪽은 자그마한 공원으로 되어 있어서 장난감처럼 앙증맞은 분수도 놓여 있었다. 그 분수를 둘러싸듯이 놓여 있는 벤치에 헤이스케와 다에코는 나란히 걸터앉았다. 그는 손수건을 깔아줄까 잠시 망설였지만 도저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후. 모나미의 상태는 어때요?"
의자에 앉은 다음 다에코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예. 덕분에 그럭저럭 기운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모나미가 정신을 차려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다에코에게도 전화로 알려주었다. 그러나 인격이 아내의 것이라는 말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다음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예. 앞으로 정밀검사가 한 번 남아 있지만, 그 이후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퇴원해도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새 학기에는 등교할 수 있겠군요."
"친구들과 함께 6학년이 될 수 있다고 본인도 좋아하던데요."
"그 전에 한 번 병문안을 가도 괜찮을까요? 반 아이들도 몹시 걱정하고 있어서 몇 명을 데리고 가고 싶은데요."
"물론 언제든지 괜찮습니다. 나오코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다에코는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아, 이런! 나오코가 아니라 모나미지요. 모나미도 틀림없이 좋아할 겁니다."
다에코는 굳어진 얼굴을 그에게로 향하고 등줄기를 똑바로 폈다. 얼굴에는 비장할 정도의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헤이스케 씨.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부인을 잃은 슬픔에서는 쉽게 벗어날 수 없겠지요. 아직 어려서 대단한 일은 할 수 없지만 의논 상대라도 되어드리고 싶어요. 만약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다면 부디 주저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그녀의 말에서는 거짓 없는 진심이 배어나와 아직 때 묻지 않은 교사의 신선함과 풋풋함이 느껴졌다. 무심코 나오코란 이름을 입 밖에 낸 것에 대해 아내를 잃은 슬픔이 길게 꼬리를 끌고 있는 탓이라고 해석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냉정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모나미의 인격은 당신보다 열 살이나 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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