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악의/히가시노 게이고 (3)

개미남 | 2019.06.19 16:10:47 댓글: 0 조회: 139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39858
악의/히가시노 게이고


3.

경시청에서 나온 수사관들이 현장검증을 하는 동안, 나와 리에 씨는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응접실이라고는 해도 소파도 테이블도 없었다. 잡지가 가득 들어 있다는 골판지 상자에 리에 씨를 앉히고 나는 곰처럼 방 안을 빙빙 돌아다니고 이따금 복도에 얼굴을 내밀어 검증 상황을 살펴보기도 했다. 리에 씨는 내내 울고 있었다. 내 손목시계는 오후 10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노크 소리가 나고 문이 열렸다. 사코다 경감이 들어왔다. 오십이 되었을까 말았을까 하는 나이에 몸의 움직임이 몹시 침착한 사람이었다. 우리에게 잠시 이 방에서 기다리라고 말했던 것도 이 인물이었다. 수사의 진두지휘를 맡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여쭤볼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사코다 경감은 리에 씨 쪽을 흘끔 바라본 뒤에 나를 향해 물어왔다.
"나는 괜찮습니다만……."
"나도 괜찮아요." 리에 씨가 손수건으로 눈 밑을 찍어내며 말했다. 약간 눈물 섞인 목소리였지만 또렷한 어조였다. 오늘 낮에 히다카가 그녀에 대해 꽤 성질이 있다고 했던 말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럼, 잠시."
사코다 경감은 선 채로 우리가 사체를 발견하기까지의 경위를 질문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나는 후지오 미야코의 일에 대해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히다카 씨에게서 선생 댁에 전화가 걸려온 것은 몇 시였습니까?"
"6시가 지나서였을 겁니다."
"그때 히다카 씨는 그 후지오라는 여자에 대해 뭔가 말을 했습니까?"
"아뇨. 그냥 나한테 상의할 일이 있다고만 했습니다."
"그러면 다른 용건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겠군요."
"거기에 대해 뭔가 짐작이 가는 건?"
"없는데요."
사코다 경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어서 리에 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후지오라는 여자가 돌아간 건 몇 시쯤이었습니까?"
"5시쯤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뒤에 남편 분과 이야기를 하셨습니까?"
"잠깐 했어요."
"그때 남편 분은 어떠셨지요?"
"후지오 씨와 얘기가 잘 풀리지 않아 약간 난처한 기색이었어요. 하지만 제게는 걱정할 거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뒤에 당신은 집을 나가 호텔로 가셨던 거지요?"
"그렇습니다."
"흠, 오늘 밤과 내일 밤은 크라운 호텔에서 머물고 모레는 캐나다로 출발할 예정이었군요. 그런데 남편께서는 일거리가 다 끝나지 않아 혼자 이 집에 남으셨다……." 자신이 메모한 내용을 보며 그렇게 말한 뒤에 사코다 경감은 얼굴을 들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누구입니까?"
"나하고, 또……." 리에 씨는 내 쪽을 쳐다보았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밖에는, 소메이 출판사 사람일까요?" 히다카가 오늘 밤 마칠 예정이었던 글은 소메이 출판사에 건네줄 원고였다는 것을 나는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범인을 특정하는 건 좀……."
"네. 알고 있습니다. 이건 그저 참고삼아 질문한 거예요." 사코다 경감은 아주 잠깐 굳은 얼굴을 풀며 웃었다.
그 뒤 그는 최근에 집 주변에서 수상한 사람을 본 일은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주로 리에 씨를 향해 던졌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나는 오늘 낮에 정원에서 본 옆집 여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결국 말하지 않았다. 자기가 기르던 고양이를 죽였다고 설마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까지 한다는 건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바탕 질문이 끝나자 경감은 내게 댁까지 바래다 드리라고 부하 경관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나는 리에 씨 곁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경감의 말로는 그녀는 친정에 연락을 해서 곧 누군가 마중을 올 것이라고 했다.
히다카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나도 피로가 스멀스멀 밀려든 것이 사실이었다. 이제부터 전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솔직히 맥이 탁 풀렸다. 나는 경감의 호의를 고맙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응접실을 나서자 아직 수사관들이 많이 남아서 복도를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작업실 문이 그대로 열려 있었지만 안은 보이지 않았다. 사체는 실려 나간 모양이었다.
제복을 입은 젊은 경관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를 문 앞에 세워둔 경찰차 쪽으로 안내했다. 경찰차에 타보는 건 속도위반으로 걸렸을 때 이후로는 처음이구나. 하고 이번 일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생각이 언뜻 났다.
경찰차 옆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큰 사람이었다. 빛이 비켜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 남자가 내게 말했다.
"오래간만입니다. 노노구치 선생님."
"엣?" 나는 발을 멈추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했다.
남자가 내게로 다가오면서 그림자 속에서 얼굴이 드러났다. 눈썹과 눈의 간격이 좁고 윤곽이 짙은 얼굴이었다. 낯익은 얼굴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다음으로 기억이 되살아났다.
"아, 자네는?"
"기억하고 계십니까?"
"물론 기억하고 있지. 그러니까 이름이……." 머릿속에서 확인한 다음에 나는 말했다. "가가 군이었지?"
"예. 가가예요." 그는 공손히 인사를 건네왔다. "그때는 제가 신세를 많이 졌었죠."
"아냐. 나야말로." 나도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금 그를 보았다. 십 년. 아니, 좀 더 오래전인가. 예리한 얼굴 생김새가 한층 더 연마된 듯했다. "경찰관으로 전직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저도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사람을 잘못 봤나 하고 생각했는데, 성함을 듣고서 확신을 했지요."
"응. 드문 성씨니까 그랬겠지. 그나저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런 우연이 다 있군."
"자. 차 안에서 이야기하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경찰차라는 게 영 멋이 없습니다만." 그러면서 그는 경찰차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의 제복 차림 경관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가가는 내가 전에 교편을 잡고 있던 중학교에,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부임해왔던 사회과 교사였다. 그 역시 수많은 신임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기백과 열의가 넘쳤다. 검도의 달인이기도 해서 검도부를 척척 인솔하는 모습은 그의 열의를 한층 더 부각시켰다.
그런 그가 겨우 2년 만에 교직을 버리고 떠났던 데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었다. 그 일에 관한 내 생각은 가가 선생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이런 말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소질에 맞거나 맞지 않는 일이 있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그의 소질에 맞는 일이었는가 하는 이야기라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그 당시의 세상 풍조라는 것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노노구치 선생님. 요즘은 어느 학교에 계시지요?" 차가 출발하고 곧바로 가가 선생이 물어왔다. 아니, 이제는 선생이라고 하는 건 이상하다. 가가 형사라고 하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까지 이 지역 제3중학교에 있었는데 올 3월에 사직했어."
가가 형사는 뜻밖이라는 얼굴을 했다.
"그러셨어요? 그럼, 지금은 무슨 일을?"
"응.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고 있어."
"아, 그러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히다카 구니히코 씨와도 교분이 있으셨군요?"
"아니, 그건 좀 달라."
나는 히다카와는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이며 그의 인맥으로 지금 하는 일거리를 얻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가가 형사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가며 듣고 있었다. 사코다 경감에게서는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는가. 하고 나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아까 경감에게도 했었기 때문이다.
"교직에 계시면서도 내내 글을 쓰셨던 건가요?"
"그런 셈이지. 근데 1년에 두 번, 30매 남짓한 단편을 써낸 것뿐이야.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작가를 목표로 전념해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결심 끝에 학교를 그만둔 거야."
"그렇습니까. 정말 대단한 결단이셨네요." 가가 형사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십대 초반에 전직하는 것과 사십을 눈앞에 두고 사표를 던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쯤은 그도 알고 있을 터였다.
"히다카 구니히코라는 분은 어떤 소설을 쓰신 분이지요?"
나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아, 가가 군은 히다카 구니히코를 모르는가?"
"죄송합니다. 이름은 들은 적이 있지만 그분의 책은 읽어본 적이 없어요. 요즘에는 특히 독서와는 영 담을 쌓고 살게 되었네요."
"음, 일이 바쁘겠지."
"아뇨. 그저 게을러서 그래요. 한 달에 두세 권은 꼭 읽으려고 항상 생각은 합니다만." 그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최소한 한 달에 두세 권의 독서는 필요하다ㅡ. 그건 내가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무렵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었다. 가가 군이 그 말을 기억하고 그렇게 말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히다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문단에 데뷔한 지 약 10년이 된다는 것, 그 사이에 모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지금은 몇 안 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 작품은 순수문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부터 대중소설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쳐 있다는 것 등이었다.
"저도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인가요?" 가가 형사는 물었다. "이를테면 추리소설 같은 것이라든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소설도 있지." 나는 대답했다.
"참고삼아 제목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흠, 글쎄."
나는 <야광충>이라는 소설 제목을 알려주었다. 한참 전에 읽은 것이라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살인을 다룬 이야기라는 건 틀림이 없었다.
"히다카 씨는 왜 캐나다에 가서 살려고 하셨을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약간 지쳤던 거 아닐까? 해외에서 한동안 느긋하게 지내면 좋겠다는 얘기는 벌써 몇 년 전부터 했었어. 밴쿠버는 리에 씨가 좋아하는 지역인 모양이야."
"리에 씨라면, 부인 말씀이시죠? 아직 한참 젊은 분으로 보이던데."
"바로 지난달에 혼인신고를 했어. 리에 씨하곤 재혼이야."
"그렇습니까? 전 부인과는 이혼을?"
"아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벌써 5년이 되어가나?"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화제의 주인공인 히다카 구니히코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이 다시금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대체 나와 어떤 일을 상의하려고 했던 것일까. 만일 내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았던 오시마 군과의 상의를 일찌감치 끝내고 좀 더 빨리 만나러 갔었다면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후회해봤자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며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허락 없이 소설의 모델로 썼다는 이유로 후지오라는 사람이 항의를 했었다고 하던데요?" 가가 군이 말했다. "그밖에 뭔가 히다카 씨가 귀찮은 송사에 휘말렸던 일은 없습니까? 소설과 관련된 일도 좋고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만."
"글쎄. 얼른 생각나는 건 별로 없는데……."
대답하면서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탐문수사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앞자리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경관이 내내 아무 말이 없는 것도 왠지 으스스하게 느껴졌다.
"그런데요." 가가 형사는 수첩을 펼쳤다. "니시자키 나미코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응?"
"그밖에 오사노 테츠지, 나카네 하지메라는 이름도 있었어요."
"아, 그거!" 그제야 알아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의 문>의 등장인물이로군. 히다카가 현재 월간지에 연재 중인 소설이야." 말을 하면서 이제 그 연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등의 생각을 했다.
사망 직전까지 히다카 씨는 그 소설을 집필했던 모양이던데요."
"그러고 보니 컴퓨터 전원이 켜져 있었어."
"그 화면에 이 소설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 나는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가가 형사에게 질문했다. "그 소설, 어느 정도나 써 있었지?"
"어느 정도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몇 매쯤이나 썼느냐는 뜻이야."
나는 그에게 히다카가 오늘 밤에 원고 30매를 써야 된다고 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컴퓨터 서식이 원고용지와는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매수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한두 장은 아니었어요."
"그게 몇 매인가에 따라서 범행 시각을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히다카의 집을 나온 시점에는 그가 아직 집필에 손을 대지 않았으니까."
"그건 우리도 생각 중입니다. 단지 소설 원고라는 건 일정한 속도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적어도 최고 스피드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히다카 씨라면 어느 정도일까요?"
"글쎄, 어느 정도일까. 아, 전에 한 시간에 4매 정도를 쓴다고 말했던 적이 있어."
"그러면 아무리 서둘러 썼다고 해도 6매쯤인가요?"
"그런 정도겠지?"
내 말을 듣고 가가 형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머릿속에서 뭔가를 계산하는 모양이었다.
"무슨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 나는 물었다.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가가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컴퓨터에 남아 있는 소설이 이번에 연재할 분량이라는 것도 아직 확인을 못했거든요."
"아, 그렇지. 이미 연재했던 앞부분을 컴퓨터 화면에 불러오기로 띄워놓은 것뿐인지도 몰라."
"그 점에 대해서는 내일 출판사에 문의해볼 예정입니다."
나는 재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리에 씨의 말에 따르면 후지오 미야코가 돌아간 것은 5시쯤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히다카가 전화를 했던 게 6시 지난 시각. 그 사이에 집필을 계속했다면 아마 5매에서 6매는 썼을 것이다. 문제는 그 외에 몇 매가 더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저어, 이런 건 수사상의 비밀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가가 형사에게 물어보았다. "사망 추정시각이라는 게 있었지? 경찰에서는 몇 시쯤이라고 보고 있어?"
"그건 분명 수사상의 비밀이죠." 가가 형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뭐, 말해도 괜찮을 겁니다. 자세한 건 부검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5시부터 7시 사이라는 게 우리 쪽 생각입니다. 아마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6시 조금 넘어서 전화를 받았으니까……."
"예. 그렇게 되면 6시부터 7시 사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러니까 히다카는 나와 전화 통화를 한 직후에 살해되었다는 얘기인 것이다.
"히다카는 어떻게 살해되었을까……."
그런 나의 중얼거림에 가가 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체 발견자가 하는 말로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일 게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가 어떤 식으로 사망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고백을 하자면, 무서워서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털어놓자 가가 형사도 그제야 이해를 한 모양이었다.
"그것 역시 부검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교살입니다."
"교살이라고 하면, 목을 졸린 건가? 무슨 밧줄 같은 걸로?"
"아뇨. 전화코드가 목에 감겨 있었어요."
"저런……."
"그리고 또 한 가지 외상이 있어습니다. 후두부를 맞은 것 같아요. 현장에 떨어져 있던 놋쇠 문진을 흉기로 썼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내리치고 정신을 잃은 참에 교살을 했다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가가 형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금 말씀드린 건 곧 발표가 될 테지만, 그때까지는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주십시요."
"음. 그야 물론이지."
이윽고 경찰차는 내가 사는 맨션 앞에 도착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왔어." 나는 인사를 건넸다.
"자, 그럼 이만."
나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도중에 "아, 잠깐만요."라며 가가 형사가 불러세웠다. "소설이 실려 있는 잡지 이름을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소메이 출판사의 월간지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노노구치 선생님의 소설이 실린 잡지 말입니다."
나는 겸연쩍은 것을 감추려고 잠시 얼굴을 찡그린 뒤에 약간 퉁명스럽게 잡지 이름을 말해주었다. 가가 형사는 그것을 수첩에 메모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한참이나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오늘 하루의 일을 되돌아보았지만 도저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평생에 이런 날은 정말 다시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비극적인 하루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대로 잠들기가 아까운 듯한 마음도 들었다. 아니, 잠을 자려고 해도 오늘 밤은 아마도 어려울 터였다.
그러다가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이 체험을 기록해두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 친구가 살해된 이 드라마를 내 손으로 글로 써서 남겨두자.
이 수기를 쓰게 된 경위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진상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때까지 계속해서 기록해보자. 지금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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