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49)

개미남 | 2019.06.17 11:43:49 댓글: 0 조회: 119 추천: 0
분류추리소설 https://file.moyiza.com/fiction/3938548
유성의 인연/히가시노 게이고


2 - 24.

마사유키는 뜻밖이라는 듯 형사를 마주 바라보았다.
"내 이야기의 어디에 모순이 있다는 겁니까?"
하기무라가 스읍 숨을 들이쉬는 기척이 들렸다.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스로 이야기하면서 이상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말했던 대로 우리 경찰에서는 유류품인 우산에 대해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당신에게 찾아오지 못했어요.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 점은 아닌 게 아니라 이상하기 짝이 없어요. 당시에는 아리아케 씨의 인간관계에서 내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인가 하고 생각했지요. 그가 나와의 관계를 남들에게는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니까요. 하지만 최근에 나는 형사님들의 말에 따라 지문 채취에 응했습니다. 금시계에 찍힌 지문과 대조해볼 목적이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사실을 말하자면 그때, 우산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사실 때문에 머지 않아 문제가 될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기척이 없었어요.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나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던 참입니다."
마사유키의 말을 듣고 있는 사이에 고이치도 하기무라가 지적한 모순점이 무엇인지 차츰 이해가 되었다. 분명 마사유키가 한 이야기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가 범인이라면 그 모순을 깨닫지 못할 리 없기 때문이다.
"도가미 씨. 당신은 정말로 진실을 말한 겁니까?" 하기무라가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모두 다 진실입니다. 거짓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마사유키는 단언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 이상하군요. 현장에 남겨져 있던 우산은 당신 것이라고 하셨지요? 거기에서 지문이 검출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그 우산에서는 지문이 검출되지 않았어요. 의도적으로 누군가 닦아낸 흔적이 있었습니다."
하기무라의 말에 고이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우산에 대해서는 그런 설명을 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마사유키의 얼굴에 놀람의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남의 우산을 깜빡 잘못 들고 집에 돌아왔어요. 지문을 닦아낼 여유가 있었다면 남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할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지문이 사라졌을까요?"
"그건 모르겠어요. 나로서도 뭐라고 대답할 도리가 없군요. 나는 그저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만, 이 우산은 정말로 당신 것이 아닙니까? 현장에 남아 있던 우산이 범인의 것이고 지문을 닦아낸 것도 당신 이전에 <아리아케>를 방문한 범인이라고 한다면 이야기의 앞뒤가 맞아떨어지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마사유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남의 우산을 내 우산인 줄 알고 잘못 가져왔기 때문에 이렇게 14년 동안이나 보관해두었던 겁니다. 그저 흔해빠진 비닐우산이긴 하지만, 이건 절대로 내 것이 아니에요. 내가 들고 갔던 우산은 접었을 때 끈을 단추로 눌러주는 타입이지만, 이 우산은 매직테이프로 붙이게 되어 있어요. 애초에 잘못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바로 그걸 봤을 때입니다."
고이치에게는 마사유키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면 어째서 이런 모순이 생긴 것인가.
고이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우산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마사유키의 말대로 그저 흔한 비닐우산이었다. 우산 부분은 투명하고 손잡이 부분은 하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하얀 손잡이에 가느다란 실 같은 흠집이 줄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 흠집을 응시하고 있는 사이에 고이치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언뜻 떠오른 생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윽고 고이치의 오래된 기억에서 한 장면을 불러냈다. 그 모습이 생생하게 뇌리를 스쳤다.
"왜 그래?" 하기무라가 물어왔다.
하지만 고이치는 곧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상상이 너무도 충격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것을 스스로 부정하려고 했다. 도저히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상이었다. 하지만 그 상상은 강한 설득력을 품고 그의 마음을 덮쳤다. 모든 의문이며 수수께끼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이다.
"왜 그래. 형?" 다이스케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건네왔다.
"아니, 아무것도 아냐." 고이치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기가 두려웠다. 몸이 부르르 떨리려는 것을 애써 참고 있었다.
하기무라가 고민에 찬 신음을 흘린 뒤, 옆에 있던 가시와바라에게 말했다.
"우선 이 우산을 들고 돌아가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군." 가시와바라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가는군."
"사건 당시의 지문 기록은 남아 있어요. 즉시 대조해달라고 지시하죠. ㅡ이 우산, 우리가 가져가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하기무라의 물음에 마사유키는 대답했다.
두 형사는 서둘러 거실을 나섰다. 유키나리가 현관까지 배웅하러 나갔다. 그사이에도 고이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였다.
"형. 어떻게 이런 일이‥‥‥." 다이스케가 컥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어. 그럼 대체 범인은 누구라는 거야?"
고이치는 고개를 들고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너, 여기서 혼자 집에 갈 수 있지?"
"뭐?"
"너 먼저 좀 들어가." 고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사유키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섰다. 현관에서 유키나리가 돌아오는 참이었다.
"무슨 일이죠?" 유키나리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미안해요. 설명은 나중에." 고이치는 유키나리 옆을 빠져나가 현관으로 향했다.
구두를 신고 빠른 걸음으로 도가미 가를 나섰다. 길로 나가 시선을 멀리로 던지자 두 남자의 등이 보였다. 그는 마구 뛰어서 그 뒤를 쫓아갔다.
발소리를 알아들었는지 하기무라와 가시와바라가 동시에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냐?" 하기무라가 물어왔다.
"아, 가시와바라 씨에게 잠깐 할 이야기가‥‥‥. 동생 일로 문의할 게 좀 있어서요."
하기무라는 의아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 우리 좀 급한데?"
"미안해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하기무라가 말하려고 하자 가시와바라는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다.
"하기무라. 자네 먼저 돌아가서 보고 좀 해줘. 나는 고이치 군 얘기를 들어볼 테니."
"그래요? 자, 그럼 나중에." 하기무라는 석연치 않은 표정을 하면서도 걸음을 뗐다.
가시와바라가 고이치에게 웃는 얼굴을 던져왔다.
"어디 찻집에라도 들어갈까. 아니면 걸으면서 이야기할까?"
"나는 어느 쪽이건 좋습니다."
"그러면 걸으면서 자네 얘기를 들어볼까?"
가시와바라는 하기무라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고이치는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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